우수연기자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4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SDV) 대전이 펼쳐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용 플랫폼과 충전 시스템 등 전기차 관련 기술이 CES를 채웠다면, 올해 CES 모빌리티 분야는 SDV가 점령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웨스트홀에 있는 이스라엘 자율주행 업체 모빌아이의 부스를 찾았다. 인텔의 자회사인 모빌아이는 핸들에서 손을 떼고 전방을 주시한 채로 달리는 '슈퍼비전', 핸들에서 손을 떼고 전방 주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쇼퍼' 등 고도화된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한 곳이다.
이 회사는 폭스바겐, 포르셰, 폴스타 등의 완성차 업체에 레벨 2 수준의 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ADAS)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CES에서는 완성차 업체의 맞춤형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돕는 새로운 운영 체계 'DXP'를 공개했다. 이를 활용하면 완성차 업체는 자체적으로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날 모빌아이 부스는 자율주행·완성차 업계 관계자부터 학계에서 인공지능(AI)을 가르치는 교수까지 다양한 이가 찾았다. 전일 CES를 관람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모빌아이 부스를 들러 자율주행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현장에서 주목받은 또 다른 업체는 현대차·기아와 제네시스에 차량 SW를 공급하는 스타트업 '소나투스'다. 소나투스는 현대차 크래들뿐만 아니라 LG전자, HL만도, 일본 NEC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소나투스 부스에서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SDV의 미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소나투스는 차량 데이터 수집 시스템, 플릿(법인차·렌터카·중고차 대상 대량 판매) 차량 관리 시스템 등을 선보였다. 가상 주행 모드에서 우천 시 제한 속도를 입력하고 차량 전면 유리에 붙은 레인센서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봤다. 그러자 "속도가 빠릅니다"라는 경고 음성이 흘러나오면서 차량이 스스로 창문을 닫았다.
AI를 활용한 데이터 수집, 실시간 차량 관리 시스템은 플릿 비즈니스에 가장 필요한 요소다. 한꺼번에 많은 차량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리드하 에이디 소나투스 엔지니어는 "우리의 플릿 관리 시스템을 이용하면 100대 이상 차량의 차 문을 잠그거나 창문을 여닫을 수 있다"며 "스마트폰 버튼 하나로 수백 대의 차를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CES에서 현대차는 SDV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플릿 비즈니스에서 SDV 시스템 활용을 늘리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소나투스 관계자는 "아직 공식 제안이 온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현대차의 SDV 전환에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밖에 다수의 독일 차량 SW 전문기업이 SDV를 주제로 전시에 나섰다. 벡터는 SDV 차량 운영 체제가 포함된 SW 패키지를 공개했다. 일렉트로비트는 인터랙티브 차량용 OS를 공개하고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사이버 보안 문제 해결 과정을 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