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기자
셀트리온그룹 상장 3사 통합의 첫 단계인 '통합 셀트리온'이 28일 출범한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2030년 연 매출 12조원'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내년 목표인 매출 3조5000억원 달성이 통합 성공의 첫 고비로 꼽힌다.
셀트리온은 28일 이사회를 열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 합병하고, 통합 셀트리온으로 출범한다. 이어 다음 달 12일 합병 신주를 상장해 모든 합병 절차를 마무리한다. 통합 셀트리온은 내년 중 남아 있는 셀트리온제약 합병을 진행한다.
셀트리온 합병 추진은 '일감 몰아주기', '분식회계' 등 논란 때문이다. 현재 양사는 셀트리온이 약품을 개발·생산하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 유통을 맡는 분업 구조다. 셀트리온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로 약품이 넘어가는 순간 셀트리온은 매출이 발생하지만 반대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재고자산이 발생한다. 같은 회사라면 부서 내 자산 이동이지만, 별개 회사인만큼 별도 매출로 집계됐다. 이것은 일감 몰아주기에 가깝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재고자산의 가치하락을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회계기준 위반이 발생했으나 고의성은 없다"고 판단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셀트리온은 이번 합병으로 이 논란을 해소하고 '글로벌 빅 파마 도약'을 노리고 있다. 셀트리온은 우선 내년 매출 목표를 3조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지난해 연 매출 2조2840억원보다 1조3000억원 많다. 2030년에는 매출을 12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 승인을 받은 '짐펜트라'(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필두로 신약 부문에서 2030년까지 5조원의 누적 매출을 내는 목표를 세웠다. 서정진 회장은 짐펜트라에 대해 "미국 시장에서 3년 안에 3조원 이상 팔 수 있다"며 피하주사라는 투약 편의성을 무기로 성장을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먹는 항체 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연구 중인 신규 플랫폼 약물이 가세하면 충분히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회사는 본다. 또, 바이오시밀러 부문은 2030년까지 블록버스터의 바이오시밀러 22종을 확보해 누적 매출 7조원을 달성하는 목표를 세웠다.
서 회장은 "보수적인 목표"라고 설명하지만, 시장에선 지나치게 높은 목표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합병 법인의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며 내년 매출을 2조8286억원으로 예상했다. 짐펜트라 등 신제품 매출을 셀트리온의 전망 대비 6000억원 이상 낮춰잡은 결과다. 서 연구원은 "다만 합병 법인의 기업 가치는 내년 짐펜트라의 미국 매출액 수준 등에 따라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통합 셀트리온은 다음 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자세한 경영 전략을 공개한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빅 파마의 무대인 '메인 트랙' 발표 기업으로 공식 초청됐으며, 서 회장이 글로벌 투자자에게 합병 후 청사진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