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힘주는 이통 3사…방송·통신 정책 놓고 정치권 격돌

[2023 통신 업계 결산]
주파수, 망사용료 등으로 '시끌'
통신업계 보안 중요성 높아져

2023년 한 해 동안 이동통신 업계는 다사다난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통 3사가 정부로부터 5G 28㎓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받았고, 제4 이동통신사의 출연을 기다리고 있다. ‘세기의 소송’으로 주목받던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망사용료 소송은 극적 협상으로 종료됐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 글로벌 경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KT를 이끌 새로운 선장에는 김영섭 신임 대표가 올랐고, 이통사들은 너도나도 인공지능(AI) 기업으로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정부 R&D 혁신방안', '글로벌 R&D 추진전략' 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이통3사 28㎓ 모두 취소…제4이통 나올까

지난해 12월 KT, LG유플러스가 5G 28㎓ 주파수 할당이 취소된 데 이어 올해 5월 SK텔레콤까지 취소 처분을 받으며 이통 3사가 모두 주파수를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28㎓ 주파수는 LTE 대비 최대 20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어 주목받았으나, 현재 전국망에서 쓰는 3.5㎓ 대역보다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약하다. 기지국을 더 촘촘히 깔아야 해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드는데 마땅한 사업 모델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제4 이통사 카드를 빼 들었다. 최저 경쟁가격과 기지국 의무 구축 수량을 대폭 낮추고 신규 사업자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19일까지 주파수 할당 신청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SKB '세기의 소송' 극적 화해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3년 만에 화해하면서 '세기의 소송'으로 주목받던 망 사용료 분쟁이 종결됐다. SKB가 넷플릭스 트래픽 증가로 전송 비용이 폭증한다며 비용 지불을 요구하자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SKB가 승소했지만 넷플릭스는 항소, SKB는 반소를 제기해 2심을 이어갔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망 사용료 문제를 제기하면서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베트남 등에서도 망 투자 비용 분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공정한 망 이용 분담이 전 세계 통신 업계의 화두가 된 것이다. 그러던 중 지난 9월 양사는 돌연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소송을 상호 취하했다.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화해 모드로 전환했다. 다만 양측은 망 사용료 지불 등 구체적인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해커에 뚫리고 디도스에 마비…LGU+, 보안 투자 3배 확대

LG유플러스는 올해 초 고객 정보 유출,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 등 유례없는 보안 사고를 연달아 겪었다. 1월 해커에 의한 고객 정보 유출이 발생해 약 29만명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1월 29일, 2월 4일에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으로 인터넷 서비스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LG유플러스는 보안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정보보안 투자를 현재 3배 수준인 1000억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으로 하는 등 정보보호 조직도 확대했다. 또 전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USIM)을 무상 교체하고, PC방에 요금 감면을 제공하는 등 보상안을 내놓았다.

5개월 경영 공백 마무리…'김영섭호' 출범한 KT

재계 순위 12위 KT는 올해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 사태를 경험했다. 구현모 전 대표는 연임을 포기했고, 새로운 대표로 추천된 윤경림 사장은 내정 20일 만에 공식 사퇴했다. 이사진도 모두 물러났다. 지난 3월에 일어났던 일이다. KT는 새로운 대표와 이사를 뽑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차렸다. 대표 후보만 27명이었고, 최종 후보 3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거쳐 지난 8월 김영섭 전 LG CNS 대표를 차기 대표로 낙점했다. 약 5개월간의 경영 공백을 마무리한 것이다. '재무통'으로 꼽히는 김 대표는 "KT가 ICT 대표 기업으로서 신뢰를 회복하고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연말 인사를 통해 상무보 이상 임원 20%를 축소하는 등 KT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5G 중간요금제·3만원대 요금제, 저가 단말기 출시

정부는 올해 내내 '가계 통신비 절감' 대책을 추진했다. 고물가 시대에 갈수록 커지고 있는 통신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에 따라 나온 주요 결과물이 '2차 5G 중간요금제'와 3만원대 요금제, 그리고 저가 단말기다. 지난해 월 데이터 제공량 20GB~30GB 구간의 '1차 중간요금제'를 내놨던 통신 3사는 올해 3월부터 중간 구간을 세분화한 '2차 중간요금제'를 각각 출시했다. 또한 5G 요금 최저구간도 기존 4만원대 중후반에서 3만원대로 낮아졌다. 정부 대책에 따라 5G 단말 이용자가 LTE 요금제를, LTE 단말 이용자가 5G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요금제 가입 제한'도 개선했다. 기존엔 5G 단말은 5G 요금제, LTE 단말은 LTE 요금제만 이용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정부의 통신비 절감 기조에 맞춰 KT와 손잡고 출고가 43만8900원 '갤럭시 점프3'를 출시했다.

통신 3사, AI 기업 도약 원년

이동통신 3사가 올해 AI 서비스를 내놓으며 '탈통신'의 움직임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은 올해 글로벌 AI 컴퍼니 도약을 위해 ▲AI인프라 ▲AIX ▲AI서비스 등 3대 영역을 중심으로 한 'AI 피라미드 전략' 추진을 발표했다. 이 전략의 핵심에는 AI 서비스 '에이닷'이 있다. 에이닷은 최근 아이폰에서도 사용 가능한 통화녹음 기능을 비롯해 음악 추천, 수면 관리 등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며 주목받고 있다.

KT는 ‘고객의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드는 디지털 혁신 파트너’라는 비전을 설정하면서 AI 사업을 본격화했다. 초거대 AI ‘믿음’을 상용화한 데 이어, AI 거버넌스를 수립하기 위해 AI 연구개발 조직을 강화했다. 기존 AI2XLab과 AI Tech Lab을 추가로 신설해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LG 유플러스는 통신 맞춤형 AI ‘익시젠’의 개발을 발표했다. 자사 고객을 위한 통신·플랫폼 서비스에는 새로 개발되는 익시젠을, 전문가 전용 초거대 AI서비스에는 LG AI 연구원과 협력한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을 각각 활용키로 했다. 아울러 구글과 MS 등 해외 빅테크와 협력해 초거대 AI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R&D 예산 대규모 삭감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국내 대부분 산업영역의 R&D 예산삭감을 단행했다. 내년 R&D 예산안은 25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약 6조1000억원 줄어 16.6% 급감했다. 정부는 전체 R&D 예산을 줄였지만 첨단 산업에 대한 R&D 예산은 늘렸다는 입장이다. AI와 바이오, 사이버 보안, 디지털 플랫폼 등을 4대 고부가가치 첨단 서비스 분야로 선정하고 올해보다 22.2% 늘린 4조4000억 원을 투자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R&D 예산 편성은 야당은 물론 과학계의 비판을 받는다. 특히 여소야대 국면에서 예산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내년도 R&D 예산을 증액해 단독 처리하는 등 정부 예산안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예산안은 법정 처리시한을 넘겼다.

김영섭 KT 대표가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 컨퍼런스'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한국 시장 힘주는 삼성…삼성 텃밭 공략하는 애플

2023년은 양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한국 시장을 놓고 가장 치열하게 맞붙은 한 해다. 삼성전자는 2010년 갤럭시S 시리즈 출시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서 '갤럭시 언팩'을 열고 갤럭시Z폴드·플립5를 공개했다.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부는 가운데 한국 언팩과 기술력을 앞세워 폴더블 스마트폰 종주국 입지 굳히기에 나선 것이다. 애플도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서울 강남과 경기 하남에 국내 6호, 7호 매장을 잇따라 열었다. 특히 강남점은 삼성전자 서초사옥과 700m 떨어진 '삼성 앞마당'이고, 하남은 첫 서울 밖 매장이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취임 3개월만에 사퇴

방송통신위원장 자리도 부침을 거듭했다. 지난 8월 취임한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야권의 거듭된 탄핵 공세로 지난 1일 전격 사퇴했다. 그는 "탄핵소추가 이뤄질 경우 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개월이 걸리고, 그동안 방통위는 사실상 식물상태가 된다"며 자진 사퇴를 택했다고 밝혔다. 후임으로는 검사 출신인 김홍일 후보자가 이달 중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김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된다면 공영방송 개혁, 가짜뉴스 근절, 가계통신비 절감 등 그동안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과제들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가 여전히 국민권익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어 야당은 "웃지 못할 촌극"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산업IT부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산업IT부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산업IT부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산업IT부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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