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조슬기나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4일(현지시간) 내년 세 차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소화하면서 장초반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4%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오전 10시45분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22% 오른 3만7171선에 움직이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0.32% 높은 4722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26% 상승한 1만4771선을 기록 중이다.
현재 S&P500지수에서 필수소비재, 통신, 헬스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이 모두 상승 중이다. 특히 부동산, 에너지 관련주의 오름폭이 두드러진다. 선런, 선노바 등 태양광 관련 주식들은 전장 대비 두자릿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풋락커는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가 비중 확대로 투자의견을 상향하며 7%이상 뛰었다. 모더나는 이날 발표된 백신 중간단계 임상시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11%대 올랐다. 반면 어도비는 기대 이하의 2024년 실적 가이던스로 인해 6%가까이 밀렸다.
투자자들은 전날 오후 발표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소화하는 한편, 이날 공개된 경제지표를 주시하고 있다.
Fed는 이번 FOMC 회의에서 예상대로 금리를 5.25~5.5%에서 동결하는 한편, 점도표를 통해 내년 금리 인하를 시사한 상태다. 점도표 상 내년 말 금리 전망치는 4.6%(중앙값)로, 이는 한 해 동안 0.75%포인트 즉, 3차례 금리 인하가 가능함을 뜻한다. 파월 회장 역시 "금리인하 논의가 가시화됐다"고 예상보다 비둘기적 발언을 쏟아내며 시장을 끌어올렸다. 전날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볼빈 웰쓰 매니지그룹의 지나 볼빈 회장은 "Fed가 시장에 이른 (크리스마스)연휴 선물을 줬다"면서 "산타 랠리가 계속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 전망이 한층 강화됐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현재 Fed가 3월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80%이상 반영하고 있다. 내년 5월까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98%를 웃돈다.
국채금리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0% 아래로 무너졌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35%선으로 떨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1%가까이 내린 101.9선을 기록 중이다.
Fed에 이어 이날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도 금리를 동결했다. 다만 내년 금리 인하를 예고한 Fed와 달리, ECB와 BOE는 금리 인하 시그널을 보내지 않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아예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이날 공개된 미국의 11월 소매판매는 블랙프라이데이 효과에 힘입어 예상을 웃도는 수준을 나타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1월 소매판매는 7057억달러로 전월 대비 0.3%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가 0.1% 감소를 예상한 것과 달리, 강세를 보인 것이다. 마이너스를 기록한 직전월(-0.2%, 수정치 기준) 보다도 개선됐다.
누적된 긴축, 추가저축 소진 등으로 당초 4분기부터 소비지출 둔화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블랙프라이데이 등 이번 연휴 할인기간 동안 소비자들의 지출이 이어지면서 반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침체없이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는 이른바 연착륙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앤드류 헌터는 "11월 소매판매 반등은 인플레이션의 급격한 둔화가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같은 날 공개된 실업지표는 둔화세를 보였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12월 3∼9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1만9000건 감소한 20만2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문가 전망치(22만2000건)에 약간 못 미치는 수치다. 다만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87만6000건으로 전주보다 2만4000건 증가했다.
유럽증시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DAX지수는 0.1% 내렸다. 영국 FTSE 지수는 1%이상 올랐다. 프랑스 CAC지수는 0.66% 상승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