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영기자
인구감소 여파로 생긴 빈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일본이 결국 ‘빈집세’를 걷기로 했다. 앞으로 깨진 창문을 놔두는 등 빈집 관리가 소홀하다는 행정기관의 지적을 받으면 거주용 주택용지에 적용되는 세금 우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13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이날부터 빈집 관리 강화와 활용을 촉구하는 빈집대책특별조치법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붕괴 등 당장의 위험 요소가 없어도 관리가 소홀한 집(관리부전 빈집)이라면 일단 세제 혜택에서 제외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지붕이나 기둥의 파손·부식, 유리창 파손, 나무나 잡초가 무성한 집 등을 '관리부전 빈집'으로 새롭게 규정했다. 국토교통성이 기준을 제시하고, 기초자치단체에서 이를 토대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관리부전 빈집으로 분류돼 개선 권고를 받은 집 주인은 빈집 부지에 적용되는 고정자산세 경감 조치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일본에서는 주택이나 맨션 등 거주 목적의 건물 부지인 주택용지에 특례조치를 적용, 면적에 따라 6분의 1에서 3분의 1까지 고정자산세를 경감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을 철거하고 나대지로 만들면 주거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에 세금 감면을 위해 일부러 빈집을 방치하는 사례가 많았다.
기존 법에서는 붕괴 등 현저한 위험이 있는 빈집만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2015년부터 시행된 빈집대책특별조치법은 붕괴 등 현저하게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상태거나 석면이 날리는 등 위생상 유해가 있는 집을 ‘특정 빈집’으로 분류하고 있다. 특정 빈집은 개선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50만엔(4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게 되며, 고정자산세 경감 조치에서도 제외된다.
한 마디로 이번 개정안은 세금 페널티 부과 대상을 대폭 넓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사히는 "법에서 새로 규정하는 관리부전 빈집은 방치하면 특정 빈집이 될 우려가 상태를 의미한다"며 "방치돼 붕괴 위험이 커지지 않도록 사실상의 증세를 통해 빠른 개선을 촉구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빈집 문제는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총무성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사용 목적이 없는 빈집은 전국에 약 349만채로 1998년부터 20년간 약 1.9배 증가했다. 이 중 붕괴 위험 등 상태가 나쁜 빈집은 23만5000호에 달한다. 국토교통성은 이대로라면 2030년까지 일본에서 빈집이 약 470만호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토교통성 관계자는 "빈집은 안전뿐만 아니라 방범 문제,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을 야기해 결과적으로는 인근 주민에게 악영향을 준다"며 "집 주인은 집을 방치하지 말고 관리에 나서달라"고 아사히에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