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못 구해 조합 해산”…건설사 외면에 리모델링 시들

수도권 리모델링 사업지에서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으면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던 조합이 해산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원자잿값 상승과 수익성 악화 등의 영향으로 건설사들이 까다롭게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풍납동 강변현대 리모델링 사업은 최근 조합해산 절차에 나섰다. 지난해 5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진행에 나섰지만, 1년6개월이 지나도록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조합은 기존 리모델링 사업 대신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선회해 사업성을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군포시 산본8단지 설악아파트 리모델링 사업도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이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설악아파트는 지난해 7월 시공사 선정에 착수했다. 당시 쌍용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이를 포기하면서 끝내 시공사 선정이 무산됐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보수적으로 수주에 나서는 이유는 침체된 시장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선 데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증했고,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재건축에 비해 소규모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리모델링 사업이 외면받는 이유다.

서울시가 최근 리모델링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리모델링 사업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시가 최근 고시한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에 따르면 1차 안전진단으로 추진이 가능하던 수평증축도 앞으로 수직증축처럼 2차 안전진단을 거쳐야 한다. 또 리모델링 증축으로 생기는 시야 가림과 통행 불편을 방지하기 위해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시설을 개방하는 등 공공성도 강화해야 한다. 그동안 리모델링은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공공기여를 하지 않아도 됐다. 늘어나는 가구 수는 적지만 공공기여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것이 리모델링의 장점이었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특히 서울 리모델링 추진 단지 중 상당수가 연내 조합 해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총회를 앞두고 있어 재건축 선회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허훈 서울시의원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 내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 76곳 가운데 23곳이 연내 의무적으로 조합 해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총회를 열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개정된 주택법에 따르면 조합설립 이후 3년 이내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하면 총회를 열고 조합 해산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가 당분간 이어지면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리모델링 단지들이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가구 수가 많이 늘어나지 않는 데다 사업성 측면에서도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원자잿값 급등과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정비사업은 시공사 선정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부동산부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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