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인턴기자
최근 유통업계가 가격·상품뿐 아니라 매장 공간 차별화에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식품에 중점을 둔 '메가푸드마켓'으로 점포를 재단장(리뉴얼)하는 홈플러스는 지난해 6월 서울 도봉구 방학점에 첫 라면 박물관을 열었다.
수입 라면 70여종을 포함해 360여종의 라면이 있는 '국내 최대 규모 라면 특화 매장'이다.
현재 11개 메가푸드마켓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문을 열자마자 라면 마니아는 물론 일반 고객까지 발길을 재촉하는 이른바 '라면 성지'가 됐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라면과 흔히 찾기 힘든 수입 라면을 한곳에 모아 쇼핑 편의성을 높인데다, 대형마트의 장점인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매출이 크게 늘었다.
점포별로 라면 박물관 개장 이후 지금까지 매출이 이전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34% 증가했다. 라면 매출이 최대 88% 늘어난 점포도 있다.
이에 더해 홈플러스는 올해 들어 주류 특화 공간인 '위스키 라이브러리'와 음료와 술을 섞어 마시는 트렌드를 반영한 '막솔로지 존'(Mixology Zone), 천연 간식·선식 등의 건강한 먹거리에 집중한 '베터 초이스'(Better Choice) 등의 특화 매장을 차례로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위스키 380여종을 구비한 위스키 라이브러리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 대비 평균 65% 증가했다. 믹솔로지존과 베터 초이스도 각각 145%, 50%의 성장세를 보였다.
다른 대형마트들도 넓은 시설 인프라를 활용해 특화 매장 조성에 힘쓰고 있다. 롯데마트는 현재 비건 식품 전문 매장 '제로미트존'과 유명 맛집 또는 셰프와 협업한 외식 메뉴를 모은 '고메스트리트존' 등을, 이마트는 건강식품 전문 통합매장과 주류 특화 매장 '와인앤리큐어'를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2021년 론칭한 '제로미트존'은 코로나19 이후 건강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2년 만에 매출이 8배 증가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는 편의점도 특화 매장 경쟁에 참전했다.
CU는 이달 4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 편의점 업계 최초의 라면 특화 매장을 열었다. 벽면 하나를 통째로 라면 매대로 구성한 공간 배치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개점 이후 하루 평균 라면 판매량은 500여개로 일반 편의점 대비 10배 이상 높다.
편의점 라면 상품군 중 가장 수요가 높은 컵라면 대신 봉지라면 매출이 70%를 차지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고객이 매장 내에 설치된 라면 조리기로 직접 끓여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봉지라면 선호도로 나타났다.
라면을 산 고객의 80%는 다른 상품을 함께 구매해 점포 전체 매출을 이끄는 효과도 있었다.
K-라면의 해외 인지도 상승 덕에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입소문을 탄 것으로 분석됐다. 저녁 시간대 전체 고객의 70%가 외국인일 정도다.
유통업계는 이러한 대형 특화 존의 인기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넘어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 시대가 찾아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가성비 좋은 상품을 찾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한 곳에서 원하는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고객에게 매력으로 다가갔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