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화기자
'유엔 헌장 99조'는 유엔 사무총장에게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협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조항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을 촉구하며 유엔 헌장 99조를 발동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인도주의적 위기에 내몰린 가운데 2017년 취임한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을 동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은 보도했다.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헌장 99조를 발동한 것은 1971년 방글라데시 국가 수립으로 귀결된 인도와 파키스탄 간 분쟁 이후 52년 만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 헌장 99조에 따라 안보리에 보낸 서한에서 가자지구 상황이 "빠르게 재앙으로 악화하고 있다"면서 공공질서가 곧 완전히 무너져 이로 인해 이 지역에 더 적은 원조가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전염병과 가자지구 주민들이 인접국으로 대거 이주해야 하는 압박이 커지는 것을 포함해 "훨씬 더 나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인도주의 체계의 심각한 붕괴 위험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번 전쟁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현존하는 위협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헌장 99조를 발동한 것은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협할 만큼 현재 국제사회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안보리에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다"는 조항 자체에는 별다른 강제력이 느껴지지 않지만, 사무총장의 99조 발동 이후의 흐름은 결코 가볍지 않다.
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영국 등 5개 상임이사국과 2년 임기의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된 안보리는 사무총장이 99조를 발동하면, 안보리를 소집해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대응책에는 외교적 조치를 포함해 군사적 개입까지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5개 상임이사국 등의 정치적 역학관계가 맞물린 만큼 대응책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실제로 '주의를 환기'하는 역할에만 그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주요 외신들은 아랍국가들이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권한 발동을 활용해 며칠 안에 안보리가 휴전을 촉구하도록 압박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안보리 이사국인 아랍에미리트(UAE)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서한에 따라 즉각적인 인도적 휴전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했으며, 8일 결의안 초안 표결을 목표로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안보리에 관련 내용을 설명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휴전은 하마스에만 이익이 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휴전 결의안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