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호기자
"이 부분이 덜 익었죠. 열을 골고루 받지 못한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화로로 더 구우면 다른 곳이 너무 익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토치로 마무리하셔야 합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서울먹거리창업센터를 들어서자 입구부터 닭꼬치의 고소한 냄새와 열기로 가득했다. 센터내 기업설명회장(IR theatre)에서 입주기업 중 하나인 청춘에프앤비의 '원데이 창업 클래스'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먹거리창업센터는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설립한 농식품 분야 특화 창업보육센터다. 음식점 등 자영업이 아닌 식품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2016년 12월부터 송파구 가락몰에 있다가 2020년 12월 현재 위치인 강동구 강동그린타워로 이동했다.
센터는 식품기업 창업을 위한 원스톱 시설을 갖췄다. 업무 공간은 물론 시제품 제작을 위한 개방형 주방(오픈키친), 식품 성분 분석이 가능한 연구개발(R&D) 랩(Lab)과 미생물 실험실, 마케팅에 필수인 미디어룸 등이 그것이다.
입주기업은 6개월 성과평가 뒤 2년 후 졸업을 하게 된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센터를 졸업한 기업은 173개 사에 달한다. 입주 기업의 누적 매출액은 1125억원, 956건의 일자리 창출이 이뤄졌다. 지식재산권(특허·상표·디자인) 출원은 619건에 달한다.
여기서 성장해 한해 수백억원의 매출을 내는 기업도 있다. 소상공인을 위한 식자재 유통 플랫폼 푸드팜은 '음식점 사장님들의 마켓컬리'로 불리며 졸업 후 110억원의 투자유치와 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국내 농산물을 활용한 착즙음료기업 프레쉬벨은 지난해 K-예비 유니콘 기업'에 선정된데 이어 미국 코스트코에 입점해 매월 11만달러(약 1억4200만원) 가량의 물량을 직접 납품 중이다.
센터에 입주한 기업들은 서울에서 임대료 부담 없이 창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식물성 원료로 만든 아이스크림 '나이스케키'의 백장선 서스테이블 대표는 "센터 입주전 동작구 사무실에서 2명이 근무하는데 한 달에 50만원 이상의 임대료를 지불했다"며 "센터는 약간의 시설이용료만 받기 때문에 2021년 한차례 탈락을 했다가 올해 다시 지원해 입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기업인 버틀의 이창언 대표는 다양한 박람회 지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박람회와 팝업 행사의 경우 한번 참여하는데 300만원이 넘는 부스비를 내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무료로 한 달에 1회 이상 참여가 가능하다"며 "식품은 직접 맛을 본 소비자의 반응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의 반응을 바탕으로, 식물성 재료로 불닭이나 체더 치즈·어니언 크림 맛을 내는 비건 소스 '베지너소스'를 개발했으며, 비건 밀키트도 준비하고 있다.
쌀을 활용한 무설탕고단백 시리얼 '파이토플레이크'를 출시한 안재용 스낵리고 대표는 일반 스타트업이 만나기 어려운 고급인력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센터의 장점이라 말했다. 안 대표는 "스타트업은 마케팅이나 유통, 연구개발과 관련한 고급인력의 자문을 받기가 쉽지 않은데 센터에 요청하면 소개를 받을 수 있다"며 "또 입주기업간 네트워크가 생기기 때문에 정보교류 등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 관계자는 "최근에는 비건(채식주의) 열풍의 흐름을 읽고 이를 사업으로 연결하는 대표들이 많다"며 "입주기업 대표의 대다수가 30대로 젊고, 이 때문에 역동적인 분위기가 센터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예비창업인과 창업 7년 이내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해 두차례 입주기업 선발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