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조기자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서울 강남권 단지들이 깐깐한 규제와 내홍 등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시간·비용이 더 소요되는 재건축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는 정비사업 정상화 명목으로 이달 말 소유주 간담회를 개최한다. 현 리모델링 조합장을 해임하고 재건축으로 방향을 트는 것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대치2단지는 최대 15층, 11개 동, 1758가구 규모로 1992년 준공됐다. 용적률 170%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최대 18층, 1988가구로 거듭날 계획이었다. 지난해 2월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을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수직증축 공법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올해 6월에는 기존 시공사였던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과 계약 해지 후 벌인 소송에서 조합이 패소했다. 법원은 조합에 총 112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재건축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치2단지는 사업성을 따지는 용적률이 애매해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이에서 고민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재건축으로 전향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서초구 잠원동 동아아파트도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기존 1층을 필로티로 하고 최상층 1개층을 올리려는 구상이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단지는 안전진단 C등급을 받아 수평증축만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조합의 구상이 수직증축이라고 판단했다. 사업 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것이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기술 적용 실증단지인 잠원한신로얄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2차 안전성 검토에서 수직증축 부적합 판정을 받은 탓이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다시 안전성 검토를 신청해야 한다는 의견과 조합을 청산하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리모델링업계는 노후 정도나 사업 속도 등을 고려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려는 단지가 틈틈이 생기고 있지만, 경기 침체 속 정부가 재건축 사업에만 우호적이어서 리모델링 사업 진척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동 서광아파트가 리모델링조합 설립 총회를 열고 조합장을 선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가 재건축은 정밀안전진단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나아가 이미 용적률 200% 안팎인 단지들에 용적률 상향을 검토하겠다고 하는 반면 리모델링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시장 활성화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