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길기자
"돈 되는 것만 골라서 수주하겠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수익성 위주로 계약을 고르겠다는 '선별 수주'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지만, 고객들이 계속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올해가 한 달 넘게 남았지만 이미 연간 목표를 초과 달성한 조선사도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아프리카 소재 선사와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총 수주금액은 6981억원 규모로, 이 선박들은 오는 2028년 선사에 납품될 예정이다.
지난 9월까지 현대중공업의 수주 달성액은 93억8300만달러(한화 12조4800억원)로, 연간 수주목표액(118억5700만달러)의 79.1%에 그쳤었다. 그러다 지난달 카타르에너지와 17만4000㎥급 LNG운반선 17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단일 계약 기준 한국 조선업계 사상 최대 수주 금액으로, 총금액은 5조2511억원에 달했다. 단번에 연간 목표 금액을 초과하며 조기 달성을 확정 지었다.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일찌감치 수주 목표를 채웠다. 현대미포조선은 9월까지 수주 목표액 37억달러의 93%인 34억2200만달러를 채웠다. 같은 기간 현대삼호중공업은 목표액 26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58억8700만달러를 수주한 바 있다.
이에 힘입어 HD현대 조선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총 147척(해양 1기 포함), 208억9000만달러를 수주했다. 이는 연간 수주 목표 157억4000만달러의 133%를 수준이다.
벙커선 37척, 컨테이너선 29척, LPG·암모니아운반선 26척, LNG운반선 39척, 자동차운반선(PCTC) 4척, 탱커 7척,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2척, 중형가스선 2척, 해양플랜트 1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날 한화오션도 그리스 나프토마로부터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 4척을 6562억원에 수주했다. 이 선박은 거제사업장에서 건조해 2027년 상반기까지 선주 측에 인도할 예정이다. 9만3000㎥의 암모니아를 운송할 수 있어, 지금까지 발주된 암모니아운반선 중에서는 세계 최대다.
이번 수주로 한화오션은 올해 LNG운반선 5척, 암모니아운반선 4척, 특수선 6척 등 총 15척을 수주했다. 수주액은 약 28억6000만달러로, 목표액 69억8000만달러 대비 약 41%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총 26척, 66억달러를 수주해 목표(95억달러)의 69%를 채웠다. LNG운반선 7척, 컨테이너선 16척, 원유운반선 2척, FLNG 1척 등이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모두 수주액이 아직 목표에 미치지 못하지만, 연내 달성은 무난할 것이란 관측이다. 카타르 LNG운반선 2차 발주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카타르에너지는 올 하반기 약 40척 이상의 2차 발주를 예고했었다. 현대중공업이 17척을 가져갔지만 23척을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나눠가질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국내 조선사들이 3년 치 이상 일감을 확보했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수주액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연승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내년 국내 조선사 합산 수주금액은 327억달러로 전년 대비 2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감이 넘쳐 주문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호시절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