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중남미 국가 파나마의 한 고속도로에서 환경운동가 2명이 길을 막고 시위를 벌이자, 백발노인이 이들을 쏴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해당 시위대는 파나마 정부의 광산 개발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던 중이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 CNN, 영국 인터넷 매체 조(Joe) 뉴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수도 파나마시티 80㎞ 떨어진 팬아메리카 고속도로에서 벌어졌다.
당시 이 고속도로는 파나마 정부가 캐나다의 한 자원 개발 업체와 계약한 구리 광산 승인법에 반대하는 반(反)정부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위대가 점거한 도로에 발이 묶인 77세 노인 케네스 달링턴이 자신의 차량에서 내려 시위대와 말다툼하던 중, 갑자기 총기를 꺼내 발포했다고 한다.
당시 충격적인 현장 상황은 '엑스'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올라왔다. 한 영상 클립을 보면 백발의 달링턴이 시위대를 향해 손가락질하더니,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시위대를 위협한다.
갈등이 격화한 가운데 달링턴은 시위대를 향해 총을 발포한다. 총을 맞은 2인 중 한 명은 곧장 쓰러졌고, 다른 남성은 몇 걸음 이동한 뒤 쓰러졌다. 두 사람은 끝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는 시위대를 비롯해 현지 방송, 신문 등 미디어 관계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에 따르면 총기를 발포한 노인 달링턴은 은퇴한 변호사로, 파나마에 거주 중이지만 미국 국적이다. 또 그는 2005년에도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사건 직후 파나마 수사당국은 달링턴의 신원을 확보해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은 "화요일 오에스테에서 목숨을 잃은 두 시민의 유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라며 "서로 연대하며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구리 광산 개발권을 둘러싼 정부와 시위대의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위대는 법안 통과 이후 거리, 도로 등에서 행진·농성 등을 벌이며 시위를 벌여왔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시위대 4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