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인턴기자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해 12번째로 제재를 부과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빈대가 들어올 가능성이 작아졌다"라고 조롱했다.
2일(현지시간)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와 러 관영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전날 경제 문제 관련 정부 회의에서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 강화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푸틴은 "서방이 제재에 광분하면서 황당무계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며 "심지어 바늘이나 드라이버 수출을 금지하려는 제안까지 나오고 있다"고 EU를 겨냥했다.
이어 "(유럽이 수출하는) 잡동사니는 적게 들어오면 적게 들어올수록 더 좋다"며 "왜냐하면 유럽의 대도시들에서 빈대가 수입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EU가 용접 기계, 화학 제품, 다이아몬드 등의 대러 수출을 제한하는 제12차 대러 제재를 준비하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등에서 확산하고 있는 빈대 문제를 꼬집어 유럽의 추가 대러 제재 압박을 비난한 것이다.
특히 러시아에 적대적인 발트해 연안의 EU 회원국 리투아니아가 못, 압정, 핀, 바느질용 바늘과 뜨개질용 바늘 등도 수출 제한 품목에 넣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같이 비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또 "지난 몇 년 동안 소위 우리의 파트너들(EU)은 셀 수 없는 수의 제재를 취했다"면서 "그들은 우리를 징벌하려 했지만, 통계가 보여주듯 결과적으로 자신의 경제와 일자리를 타격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에서는 지난달부터 지하철과 버스 등의 대중교통 수단에서까지 빈대가 대거 출몰해 이용자들의 신고가 잇따랐다. 지난달 7일에는 프랑스 전역 학교 17곳에서 빈대가 발견돼 이 중 7곳이 휴교하는 소동도 있었다. 이에 당국이 서둘러 방역에 나서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프랑스 정보기관은 러시아 당국이 프랑스의 유력 언론이 쓴 것처럼 보이는 가짜뉴스를 유포시키며 빈대에 대한 두려움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