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매주 수요일 영화 관람료를 7000원으로 인하할 전망이다.
다수 상영 관계자들은 1일 "한국영화관산업협회와 영화진흥위원회를 중심으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의 날'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행 시기는 이르면 이달 중순이 될 예정이다. 멀티플렉스 3사는 '문화의 날'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2D 영화를 사실상 반값인 7000원에 제공한다. 혜택을 매주 수요일로 확대하면 소비자 부담은 줄고 신작에 관한 관심은 커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 영화는 대체로 수·목요일에 개봉한다.
당장 관람료를 내릴 수 없어 나온 대안이다. A사의 경우 최근 내부적으로 1000~2000원 인하를 검토했다. 그러나 효과를 두고 의견이 분분해 답보 상태에 빠졌다. 상영업계는 '문화의 날' 혜택 확대를 관람객 감소를 해결할 실마리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시행 결과가 최근 영화관 기근과 인상된 관람료의 상관관계를 파악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관람객을 새롭게 맞이하려는 영화관의 의지로 읽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 3년간 세 차례 관람료 인상이 영화관에 미친 영향은 상당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둔 강수였으나 결과적으로 영화관은 물론 영화산업 전체를 흔들고 말았다. 2019년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 수는 2억2667만8777명. 지난해는 1억1280만5094명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1억79만1203명으로, 반등이 힘들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침체 원인으로 영화 만듦새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부상, 소비자의 달라진 콘텐츠 접근 등을 더 내세운다. 하지만 제작환경마저 악화한 현실에 관람료 조정을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올해 한국 영화는 투자배급사의 보수적 운영 기조와 자금난, 싸늘한 관심 등으로 제작에 제동이 걸렸다. 이미 완성된 영화조차 막대한 손해가 우려돼 개봉이 미뤄지는 형국이다. 관람료 인하 정도의 결단 없이는 전환점을 마련하기 어려워 보인다.
같은 이유로 '문화의 날' 혜택 확대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배급 관계자들은 공짜 관람권 수준의 효과가 나지 않을까 우려한다. 한 관계자는 "관람료 인상에도 객단가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관의 공짜 관람권 요구로 마케팅 비용 지출만 커진 상황"이라며 "영화관은 어떻게든 관람객을 불러들이면 식음료, 광고 등 부대사업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배급·제작사는 그렇지 않다. 관람료 조정으로 공생의 길이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멀티플렉스가 싼값에 제공하는 빵원티켓, 스피드 쿠폰 등은 배급·제작사에서 마케팅비로 일체 부담한다.
다른 관계자는 "공짜 관람권 남발이든 '문화의 날' 혜택 확대든 영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배급·제작사의 손해가 커지기는 매한가지"라며 "영화관이 대승적 견지에서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멀티플렉스는 또 다른 대안으로 영화에 따라 관람료를 다르게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배급·제작사의 의견을 반영해 가격에 차등을 두자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제기됐다"며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영화산업에 미칠 영향을 검토해 논의를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