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정인턴
전세 사기 사태의 영향으로 확산한 빌라 시장의 전세 기피 현상이 지속되며 연립다세대(빌라) 월세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전세를 원하는 세입자들은 아파트로 눈을 돌리면서 아파트 전세가는 치솟는 모습이다.
25일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빌라 월세가격지수는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역전세난 대책 중 하나로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가입 기준을 강화하면서 빌라 전세 시장이 더욱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올해 5월부터 기존에는 공시가격의 1.5배까지 가능하던 전세 보증 한도를 1.26배로 낮춘 바 있다.
전세 빌라 월세가격지수는 지난 3월 0.03%로 상승 전환한 이후 ▲4월(0.10%) ▲5월(0.08%) ▲6월(0.11%) ▲7월(0.12%) ▲8월(0.13%) ▲9월(0.16%)에 계속 오르며 상승폭도 확대 추세다. 서울 역시 2월 0.02%로 상승세에 접어든 이후 9월 0.25%의 상승률을 보인다.
월세를 종류별로 분석해보면 준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 가격지수는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국 기준 ▲7월(0.01%) ▲8월(0.03%) ▲9월(0.04%)의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서울은 0.11%, 0.10%, 0.13%씩 올랐다.
반면 준전세(반전세,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를 초과) 가격지수는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국 기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내내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9월엔 0.34% 내렸다.
정부가 여러 차례에 걸쳐 전세 사기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전세 사기와 역전세난으로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염려가 있는 만큼 보증금이 적은 월세의 인기가 더 높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존의 빌라 전세 수요가 소형 아파트 등으로 쏠리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자치하는 비중은 빌라 시장과 반대로 되레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세 비중은 올해 1월 55.2%에서 지난 9월 61.1%로 증가 추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도 지난달 내놓은 '전세의 월세 전환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런 전망을 한 바 있다. 손은경 선임연구위원은 이 보고서에서 "전세 사기의 주요 대상이 된 수도권 빌라 시장은 당분간 월세 전환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보증금으로 맡기는 목돈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월세 선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보증금 규모가 큰 중대형 아파트 등은 월세 전환 시 주거비 부담이 세입자의 소득 수준에서 감당하기 어려워 전세제도 유지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전세 제도가 자가 주택 마련의 디딤돌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수요가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