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정부 광고 대행 업무 지위를 악용해 언론을 길들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언론진흥재단은 가짜뉴스에 대한 명확한 개념조차 정립하지 않고 지난 5월부터 가짜뉴스 신고·상담센터를 운영한다. 자의적 잣대를 들이댈 여지가 커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언론진흥재단은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2017년 발간한 자체 연구보고서에 "가짜뉴스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범위의 확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법적 잣대를 들이댈 경우 논란의 여지와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개입하는 순간 온·오프라인 콘텐츠에 대한 검열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고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보고서 내용과 달리 1조2000억 원 규모의 정부 광고 대행 독점 지위를 이용해 정부·여당 가짜뉴스 근절방침에 편승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 예로는 지난 8월 보수단체 자유언론국민연합이 주최한 '2023 상반기 10대 가짜뉴스 시상식·토론회'를 꼽았다. 언론진흥재단에서 예산 3000만 원을 지원한 행사로, 10대 가짜뉴스로 '바이든 날리면'·'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수 논란'·'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녀입시 비리 의혹' 등 주로 정부 비판 기사들을 선정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가짜뉴스 선별에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던 언론진흥재단이 최근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입맛에 따른 가짜뉴스 근절 정책에 편승해 가짜뉴스 신고센터 운영에 나선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비판을 가짜뉴스로 몰아붙이거나 정부 광고 독점 대행을 무기로 언론을 줄 세우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