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기자
매일 아침 동네 곳곳을 누비며 신선한 유제품을 배달하는,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근무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고, 다른 일과 병행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 '야쿠르트 청년'들에게 매력 요소로 꼽힌다.
서담비 hy 공덕점 프레시매니저가 헬멧과 유니폼 등 업무 복장을 착용한 뒤 전동차 '코코'를 타고 배송지로 향하고 있다.[사진제공=hy]
2일 hy(옛 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2017년 22명에 불과했던 신규 20~30대 프레시 매니저는 현재 591명까지 늘어났다. 프레시 매니저는 살구색 유니폼에 헬멧을 쓰고 냉장 기능을 갖춘 전동차 '코코'를 몰며 담당 구역을 누빈다. 재 전국에서 활동하는 프레시 매니저 약 1만1000명 가운데 20대는 80명, 30대는 511명으로 20·30대 비중이 전체의 5.4%를 차지한다.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단어가 보편화된 것처럼, 프레시 매니저는 한때 중장년층 여성의 업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직업에 대한 인식 변화, 코로나19 이후 취업 환경의 변화 등이 이뤄지면서 그러한 인식도 전환점을 맞았다. 프레시 매니저는 학력과 경력이 필요치 않아 진입 장벽이 낮다. 지원서에 쓸 내용은 이름, 휴대전화 번호, 나이, 거주지뿐이다. 여성만 지원 가능하다는 점이 유일한 제한 요건이다.
프레시 매니저는 각자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월 매출의 20~25%가량을 수익으로 가져간다. 일하는 만큼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고수입을 올리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또 업무시간을 원하는 대로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다른 일과 병행하거나 자기 계발, 양육, 취미활동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층에 인기 요인이다.
공덕점 프레시 매니저로 일하는 서담비씨(30)는 지난 6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매니저 업무에 입문할 때는 친구들이 펄쩍 뛰며 만류하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지인들이나 관심 있는 이들에게 이 일을 적극적으로 추천할 정도로 업무가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학과 병행하며 혹은 다른 직장에서 퇴직한 후 프레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의 사례가 유튜브 등에 소개되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밝힌 프레시 매니저 곽마다(26) 씨는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오전에 운동도 되고, 오후나 저녁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며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해봤지만,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어 좋다. 영업점과 멀지 않아 퇴근 후 바로 학교에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곽씨는 어린 나이에도 프레시 매니저를 택한 이유에 대해 “생계 문제가 가장 크다. 자신을 먹여 살려야 하고 고양이도 키우고 있다”며 “20대 초반에 맨날 술 마시고 학교도 안 가고 정말 많이 놀았는데, 지금은 열심히 살고 있다. 할 수 있는 한 이 직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8월 비경제활동인구는 1616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8만3000명 줄었다. 다만 '쉬었음' 인구는 20대와 30대에서 각각 2만8000명(8.0%), 3만8000명(15.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