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산업화 역군들…“저소득·고자산 노인지원 줄여야”

고령일수록 더 가난한 노인 세대
1930년 후반 출생 빈곤율 56.3%
1950년 후반 출생은 18.7% 불과
"저소득-저자산 노인에 기초연금 집중해야"

노인세대 안에서도 나이가 많을수록 더 가난하다는 조사가 나왔다. 특히 산업화 세대로 불리는 1930~1940년대생의 빈곤수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적인 빈곤문제를 해결하려면 저소득 고자산 노인지원을 축소하고, 저소득·저자산 노인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5일 KDI포커스 ‘소득과 자산으로 진단한 노인빈곤과 정책방향’을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KDI는 노인빈곤 문제를 세밀하게 살펴보기 위해 노인들을 1930년대 후반, 1940년대 전반, 1940년대 후반, 1950년대 전반, 1950년대 후반 출생으로 구분했다. 노인빈곤율은 1930년대 후반출생이 56.3%로 가장 높았다. 1940년대 전반 출생이 51.3%로 뒤를 이었고, 1940년대 후반 출생은 44.5%였다. 이들은 젊은 시절 한국전쟁을 경험하고 소위 1960~70년대 산업화 역군으로 불렸던 세대다.

반면 1950년대 전반 출생자의 빈곤율은 27.8%에 불과했다. 1950년대 후반생은 이보다도 10%포인트가량 낮은 18.7%에 그쳤다. 이승희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1950년을 기준으로 이전세대와 이후세대 간 노인빈곤 문제가 매우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2010년 이후 전체 노인빈곤율이 줄어드는 현상도 비교적 유복한 1950년생들이 늘어난 결과였다.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노인빈곤율은 2016년 43.6%에서 2021년 37.7%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고령층 중 1950년대생 비중은 18.3%에서 47.4%로 늘었다. 40년대생과 이전세대는 81.7%에서 52.6%로 감소했다.

자산을 고려한 빈곤율 역시 1940년대 이전출생 세대에서 높게 나타났다. 저소득 저자산 비중은 1930년대 후반출생이 45.9%로 가장 많았고, 1940년대 전반 출생자가 37.2%였다. 1940년대 후반출생도 31.6%였다. 1950년대 전반은 19.7%, 1950년대 후반은 13.2% 정도였다. 노인 중에서도 나이가 많은 고령층이 소득뿐 아니라 자산까지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승희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25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소득과 자산으로 진단한 노인빈곤과 정책 방향'을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세대 간 소득격차가 다르고, 노후보장체제의 성숙도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가령 1945년생이 30살이었을 때는 1인당 국민총소득이 613달러였지만, 1950년생은 같은 시점 1699달러로 3배 넘는 돈을 벌었다. 게다가 대표적 노후보장체제인 국민연금은 1998년에야 전국민 대상으로 확대됐다. 이전 세대는 가입 기간이 짧기 때문에 연금 수급액이 적을 수밖에 없다.

KDI는 소득이 적지만 자산이 많은 노인은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을 활용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만큼 지원제도를 취약계층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전체 고령층의 70%에 지원하는 기초연금을 소득인정액 일정 수준 이하 고령층에게만 지급하고, 자연스럽게 확보되는 재원은 노인복지 제도에 투입해 고령층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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