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전쟁]①총성 없는 전쟁…1년만에 60조원 늘어

가계대출 규제에 기업대출로 이동
기업들도 회사채 대신 금리 싼 은행대출로

"일부 은행을 필두로 각 사가 기업대출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요. 고작 중소기업의 3억원짜리 기업대출 건에도 비딩(biding·입찰)이 붙을 정도죠."

은행권이 기업대출 시장에서 파이를 확대하기 위한 '혈투(血鬪)'를 벌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정부의 대출규제로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한 자산성장 전략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대·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47조4893억원으로 전년 동기(687조4271억원) 대비 8.74% 증가했다. 1년 새 기업대출 잔액이 60조원 이상 순증한 것이다.

항목별로 보면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기업 대출의 증가세가 가파른 편이었다. 대기업 대출 잔액은 129조4044억원으로 전년(96조7491억원) 대비 33.75%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 역시 4.64% 증가한 618조849억원에 달했다. 기업대출의 한 종류인 개인사업자 대출(소호 포함) 역시 1.45% 늘어난 318조1928억원이었으나 증가폭은 대·중소 기업대출에 미치지 못했다.

은행권이 기업대출 파이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부동산 상승기를 거치며 자산 성장을 주도해 온 가계대출이 벽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국면이 지속되면서 가계대출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8120억원으로 전년(696조4509억원) 대비 2.25% 줄었다. 고금리의 여파로 집단대출, 전세자금대출, 가계신용대출이 모두 줄어든 데 따른 여파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며 비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 대신 은행 대출로 자금조달로를 변경하고 있는 것도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회사채 A- 등급 3년물 금리는 6.023%로 채권시장 경색 여파가 남아있던 연초 수준으로 복귀했다. 연중 저점(5.331%) 대비로는 69bp(1bp=0.01%) 상승한 수치다. 이 영향으로 회사채 발행 역시 지난 7월부터 순상환 기조로 돌아섰다.

은행권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대출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의 지난달 말 대·중소기업 대출잔액은 183조5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53% 늘었다. 이는 KB국민은행(6.81%), 신한은행(8.28%), 우리은행(5.32%), 농협은행(8.16%)을 웃도는 수준이다. 대기업 대출잔액은 53.70%,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9.19% 증가했다.

최근엔 우리은행도 '기업금융 명가(名家) 재건'을 기치로 내걸면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2027년까지 전체 대출자산 중 기업대출의 비중을 60%까지 높이기로 하고 이를 위한 연평균 여신성장률 목표를 대기업 30%, 중소기업 10%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주요 기업들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전략점포도 출점 중이다. 지난 7월엔 반월·시화BIZ프라임센터가 개소했고 남동·송도, 창원·녹산지역에도 추가 개설계획을 마련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자금과 규제가 일부 풀리면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최근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중단되는 등 더 파이를 늘리긴 어려운 분위기"라면서 "기업대출 확대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금융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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