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기자
중국에 부동산 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향후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30년'을 능가하는 수준의 경제난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버블경제 붕괴 이후 일본 사회가 겪은 위기를 답습하고 있으며 공공부채 증가와 저출산 문제는 오히려 일본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급격한 출산율 하락으로 잠재성장률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인구발전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합계 출산율은 1.09명을 기록했다. 이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오랜 사회 문제로 겪어왔던 일본의 합계출산율(1.26)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출산율이 크게 감소하면서 대기근이 발생했던 1961년 이후로 처음으로 사망인구가 출생인구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도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총인구는 14억 1175만명으로 전년 대비 85만명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규모에 비하면 저출산 현상이 이르게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경우 경제침체가 시작된 지 20여년이 지난 2008년에 이르러서야 인구 감소 시대로 진입했다.
1인당 국민소득(GNI) 기준으로 볼 때도 중국이 아직 선진국 반열에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빠르게 경제 침체에 맞닥뜨렸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GNI는 1만2850달러로, 버블경제 붕괴 직후인 1991년 일본 GNI(2만9080달러)의 44%에 불과한 수준이다.
공공부채 문제도 1990년대 초반 일본에 비해 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건에 따르면 지방정부의 부채를 포함한 중국의 총 공공부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95%를 차지했다. 1991년 일본의 GDP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62%에 불과했다는 점을 볼 때 중국의 경제 침체 정도가 더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중국이 겪고 있는 지정학적인 갈등도 과거 일본과 미국의 무역 분쟁 수준을 넘어선다고 WSJ은 분석했다. 1980년대 일본도 미국과 마찰을 빚으며 플라자합의를 맺은 바 있지만, 중국과 같이 일종의 신냉전을 경험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을 대상으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통제하는 등 고강도 핀셋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요인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 우대금리를 내리고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주택 계약금 비율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했지만 아직 큰 실효는 없었다고 WSJ은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이노코미스트 샤오칭 피는 "중국 정부가 장기적인 경기 침체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너무 적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중국의 경제성장을 정상 궤도로 되돌리려면 통화정책과 부동산 정책, 국가 재정 정책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완화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