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영기자
전 세계 화석연료 수요가 정점에 이르는 시기가 당초 예상됐던 2030년보다 몇년 더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11일(현지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에너지의 급속한 성장과 전기자동차 확산에 힘입어 석유·천연가스·석탄 등 3대 화석연료 소비가 2020년대 중반에 정점을 찍고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IEA는 지난해만 해도 화석연료 수요가 2030년쯤 최대치를 기록한 뒤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이를 '역사적인 전환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는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이 시작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는 기후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다음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화석연료 수요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는 중국을 꼽았다. 비롤 사무총장은 "중국 경제는 중공업에서 에너지 집약도가 낮은 산업·서비스 중심으로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은 지난 10년간 천연가스 수요 증가분의 3분의 1, 석유 수요 증가분의 3분의 2를 차지했다"며 앞으로는 "태양광, 풍력, 원자력 등이 중국 내 석탄 (수요) 성장을 잠식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석유·가스 기업들도 향후 10년 동안 수요를 적절히 예측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대규모 화석연료 개발 프로젝트는 기후 위험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석유·가스 기업들의) 상당한 재정 위험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에너지 전환 가속화,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정책 입안자들의 노력 확대도 촉구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각국 정부는 기후 변화와 우크라이나 전쟁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국가들이 비용 문제에 따른 반발에 직면한 상황이다.
비롤 사무총장은 "우리는 2020년대 중반에 탄소 배출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지만 추가 정책을 내놔도 우리의 기후 목표 달성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새 정책을 시행한다면 이 일을 가속화 할 수 있다"며 "모두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