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준기자
‘대북송금’ 과정에서 제3자 뇌물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후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에 출석해 2차 조사를 받는다.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이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한 남은 조사를 마친 뒤 다음 주께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서는 체포동의안이 통과돼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면 단식으로 악화된 이 대표의 건강 상태가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송금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이 민주당 경기도의원인 김광민 변호사로 바뀌고 나서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 관련 진술을 다시 번복한 점도 검찰로선 부담이다.
검찰은 지난 9일 이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지만, 단식 중인 이 대표가 건강상 이유로 조사 중단을 요청해 8시간 만에 조사를 종료했다. 조사 후 검찰은 이 대표가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밝힌 반면, 이 대표는 검찰이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수사팀을 깎아내렸다.
이날 조사에서 검찰이 이 대표에게 확인할 내용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2019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북측이 요구한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대납했다는 의혹 ▲검찰 수사와 재판을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사법 방해 의혹 ▲김 전 회장으로부터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의혹 등이다.
이 대표 측이 검찰에 통보한 출석 시간이 오후 1시30분이어서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된 조사만으로도 시간이 빠듯하다. 검찰은 여기에 지난 9일 조사 때 이 대표가 날인을 거부했던 피의자 신문조서 열람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검찰은 2차 조사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한 백현동 개발비리 혐의와 합쳐서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관심은 영장 청구 시기에 모인다. 문제는 단식 13일 차에 접어든 이 대표의 건강 상태다.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하지 않고 건강 상태가 악화하면 조만간 병원에 입원할 가능성이 높다.
이 상황에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이 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일어 검찰에게 불리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이달 21일과 25일을 넘길 경우, 12월이 돼서야 국회 체포동의안 제출·표결이 가능한 만큼 21일 체포동의안 보고와 25일 표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알려졌다.
체포동의안에 대해 민주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주목된다. 앞서 이 대표는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분명하게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 내 친(親)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체포동의안 부결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 대표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라고 요청해 영장심사를 받았는데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은 ‘명분 없는 정치 수사’라는 비난을 받으며 수사 동력을 잃게 된다. 반면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을 의원 자율투표에 맡겼다가 부결되면 민주당은 다시 한번 ‘방탄 정당’ 오명을 뒤집어쓰고, 이 대표는 "영장 청구 방지용 단식을 했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이 경우 검찰은 이 대표를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하더라도 구속 기소 못지않은 명분을 확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