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리면서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수신금리를 올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5%선에 근접해진 26일 서울 한 시중은행에 정기적금 이율 현수막이 붙어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금융권에서 '도로 예적금'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주식·코인 같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고, 작년 9·10·11월에 집중됐던 예·적금 만기가 돌아오는 데다, 앞으로 시중은행의 금리는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은 없다는 판단이 지배적이고, 2금융권을 중심으로 특판 상품까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4일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정기예금은 잔액은 844조9671억원, 정기적금은 42조2814억원이었다. 전달보다 각각 11조9859억원, 1조294억원씩 증가했다. 연초 금리가 떨어졌던 시기엔 뒷걸음질쳤지만 올해 2분기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예금은행으로 확장해서 봐도 추이가 비슷했다.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자 은행들은 5%에 육박하는 정기예금상품을 내놓으며 자금 확보에 나섰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9~11월까지 예금은행의 저축성 예금의 증가분은 무려 69조4956억원에 달했다.
이후 시장금리가 내려가며 예·적금 금리도 하락하자 그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4조2314억원 순감했다. 반등 기미는 올해 5월부터 나타났다. 6월 한 달 동안에만 33조5189억원 순증 기록을 썼다. 현재까지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을 거라는 게 금융권 예측이다.
8월 말 기준 5대 은행들의 대표적인 예·적금 상품 금리를 살펴보면 정기적금은 2.85~4.41%, 정기예금은 3.68~3.85%다. 3월 말과 비교해 0.1~0.2% 포인트 가령 소폭 상승했다. 작년 하반기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긴 하다. 그러나 "현재 금리가 당분간 고점일 것"이란 인식이 예·적금으로 자금을 몰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자산관리사(PB)는 "기준금리가 지금이 고점이고, 이 금리 수준이 당분간 지속될 거란 생각이 시장에 퍼져있다"며 "기준금리 상으로 보면 현재가 예금금리 피크이니 예·적금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래 주식이나 코인 투자의 바로미터는 신용대출인데 요즘 신용대출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신용대출을 받아서 투자해도 수익률이 이자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인데 그만큼 투자 수요는 줄었고 그 관심이 예·적금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2금융권에서도 예·적금이 살아나고 있다. 지난 6월 수신 금액을 보면 전달 대비 상호저축은행이 3610억원, 농협과 수협의 단위조합을 포함한 상호금융이 2조5049억원, 새마을금고에서 848억원이 순증했다. 최근 들어 2금융권은 고금리 특판을 내놓으며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해 말 고금리 특판 막기가 다가오자 수신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걸 우려해 자금을 재예치하기 위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