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하반기 신입 세 자릿수 채용…배터리 3사 “없어서 못 뽑아요”

삼성SDI·SK온도 공채 준비
경력사원은 수시로 뽑아
국내 대학 석·박사 직접 만나
자사 홍보…유럽서 인재 확보

경기 불황으로 대기업 채용 문이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바로 배터리 업체들이다. 배터리산업협회는 2030년까지 배터리업계에 추가로 필요한 전문인력이 2만54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은 급팽창하는 인력 수요를 공급이 못 따라가고 있다고 말한다. 박태성 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배터리업계 인력난이 심각하다”며 “인력 수급 미스매치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했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5일 올해 하반기 신입 채용 공고를 내고 채용 작업에 들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다음달 9일까지 LG그룹 채용 사이트에서 채용 원서를 접수한다”며 “세 자릿수를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SDI와 SK온도 하반기 신입 공채를 준비 중이다. 양사 모두 올 상반기에만 신입을 세 자릿수 뽑았고 하반기에도 비슷한 숫자를 채용할 전망이다.

신입 외에 경력사원들은 수시로 뽑는다. 27일 현재 접수 중인 경력 채용 공고는 LG에너지솔루션 8건, 삼성SDI 7건, SK온 17건이다.

배터리 업계와 달리 다른 국내 주요 기업들은 하반기 채용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 정보 사이트 인크루트는 지난 23일 “국내 기업 727곳(대기업 104곳, 중견기업 147곳, 중소 476곳) 중 채용 규모를 확정한 315곳의 올 하반기 채용 계획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세 자릿수를 채용했던 기업들이 두 자릿수로 규모를 줄였다”며 “세 자릿수를 뽑겠다는 대기업은 없었다”고 밝혔다. 즉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처음으로 세 자릿수 직원을 뽑는 대기업인 셈이다.

한 배터리사 관계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기업 경쟁이 심화하면서 우수 인재 채용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인력 확보는 배터리 기업 필수 과제”라고 했다. 지난 5월 공학한림원이 개최한 ‘초격차 기술확보 포럼’에서도 인력 부족은 국내 배터리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포럼 발제자로 나선 삼성SDI는 “재료, 화학, 화공, 전기·전자, 기계 등 융복합 기술과 전문 연구개발 인력이 부족하다”며 인력 확보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연구개발(R&D) 인력은 중국 CATL이 약 1만2000명이고, 우리는 국내 배터리 3사를 다 합쳐도 6500명”이라며 “중국과 숫자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만 국내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 배터리 기업들은 주요 대학과 산학협력 등 더 많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사장과 임원들이 취업준비생들을 만나 자사를 홍보하기도 한다. 지난 18일 최윤호 삼성SDI 사장과 임원들은 '2023 테크 앤 커리어 포럼(Tech & Career Forum)'에 참석해 회사 기술력을 직접 알렸다. 최 사장은 국내 대학 석·박사급 인력 200여명 앞에서 “‘2030년 글로벌 톱티어 회사’라는 목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인재”라며 “여러분이 주인공이 돼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 달라”고 했다. 다음달엔 처음으로 유럽에서 인력 확보에 나설 계획이고, 10월엔 지난해에 이어 미국에서 우수 인재 발굴에 나선다. LG에너지솔루션도 올해 4월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인사책임자(CHO), 최고데이터책임자(CDO), 개발센터장 등 주요 경영진이 미국으로 총출동해 글로벌 우수 인재 채용 행사 ‘BTC(Battery Tech Conference)’를 개최했다.

배터리협회는 업계 인력 수급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배터리 인력양성 종합 컨트롤타워 ‘한국 배터리 아카데미’를 연내 출범시킬 계획이다. 시범교육을 거쳐 내년 2분기 정기교육을 시작한다. 박 부회장은 “짧은 기간에 단기교육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투입해 현장 실습 교육까지 해서 회사에서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예비 인력을 양성하는 게 배터리 아카데미 미션”이라고 했다. 그는 “특정 대학과 특정 기업이 채용 조건부로 진행하는 계약학과 제도와 달리 많은 구직자가 참여할 수 있는 아카데미는 대졸 인력 수급 미스매치를 풀어나가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산업IT부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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