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비트]'일의 의미 찾는 근무 시스템 중요…AI가 주 3일제 도입 도울 수도'[오피스시프트](37)

알렉스 수정 김 방 포데이위크 글로벌 파트너 인터뷰
"코로나로 일에 대한 생각 달라져…시공간 리디자인"
"10년 내 포천 500 기업 중 50개 주 4일제 도입"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찐비트 속 코너인 '오피스시프트(Office Shift)'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시작된 사무실의 변화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동안 우리가 함께해온 실험을 통해 업무 형태의 답을 모색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매주 토요일 또는 일요일 여러분 곁으로 찾아갑니다. 40회 연재 후에는 책으로도 읽어보실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미국 주간지 타임지는 지난 6월 '2023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 중 하나로 비영리단체 '포데이위크 글로벌(4 Day Week Global)'을 선정했다. 직원이 10명 뿐인 비영리단체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과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 단체가 주목받은 이유는 분명했다. 주 4일 근무제 도입과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큰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였기 때문이다.

포데이위크 글로벌의 알렉스 수정 김 방(Alex Soojung-Kim Pang) 파트너 겸 글로벌 프로그램 디렉터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사람들이 업무 환경과 관련해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근무 시간과 공간을 다시 디자인하고 일을 지금보다 더 만족스럽고 인간적이며 생산성 있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가 실험하고 있는 주 4일 근무제가 바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근무 형태였다.

포데이위크 글로벌의 알렉스 수정 김 방(Alex Soojung-Kim Pang) 파트너 겸 글로벌 프로그램 디렉터

방 파트너는 실리콘밸리에서 기술 미래학자이자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근무시간 단축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인물이다. 국내에서도 책 '쇼터 :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시대가 온다', '일만하지 않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산만해졌을까'의 저자로 주목 받았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다양한 근무 방식을 쉽게 접하게 된 지금 새로운 근무 형태 실험을 주도해온 그에게 앞으로 우리의 일이 어떻게 변화해 갈 지에 대해 물었다.

◆ "우리 삶 속에 일이 어떻게 자리하는 지 큰 변화"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내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의 직장인이 이전의 근무 형태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방 파트너는 코로나19 이전의 업무 세계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과거로의 회귀를 원하는 건 오로지 당시 시스템에 애정을 갖고 있는 일부 관리자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확언에는 팬데믹을 계기로 일과 직업에 대한 직장인의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는 생각이 담겨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일에 대한 우리의 가정과 이러한 가정이 얼마나 빨리 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뒤집어졌다는 겁니다. 코로나19는 많은 기업이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일을 더 빨리,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게끔 바뀌는지를 보여줬어요. 새로운 협업 툴을 도입하고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했으며, 일부 업무를 온라인으로 옮겨 새로운 업무 일정과 업무 공간을 실험할 수 있게 했습니다. 더 넓게는 팬데믹으로 인해 근로자가 직면하고 있는 불평등과 구조적 문제, 번아웃, 워라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키웠죠."

"또 우리는 우리의 삶과 정체성에서 일이 어떻게 자리를 잡을지에 대해 새롭게 인식을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근로자들은 이제 '일은 당신을 다시 사랑해주지 않는다(Work won't love you back)'는 걸 알고 있습니다. 과로하는 건 더 이상 명예의 훈장이 아니고, 고용주를 위해 스스로를 번아웃 하는 건 프로답다는 증거가 아니며, 일에 대한 당신의 열정은 과로하거나 일을 최우선 순위에 지속적으로 둬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방 파트너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사무실이라는 공간이 달라진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우리의 사무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최근 10년 새) 우리의 일터나 사무실, 인사 담당 매니저나 임원의 우려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보다 더욱 중요한 건 바로 우리가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우리의 삶 속에서 일이 어떻게 자리하는지에 대해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달라진 인식을 바탕으로 회사와 직원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업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일까? 방 파트너는 이렇게 답했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근무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게끔 하는 겁니다.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선택하거나 시간을 구성할 수 있는 자율성을 주고,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책을 찾게끔 독립성을 주며, (동료들과) 일상적인 업무와 업무 흐름, 또 개인의 업무와 관련해 다른 사람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등에 대한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져야 합니다."

◆ "10년 내 포천 500대 기업 중 50개 주 4일제 도입 예상"

주 4일 근무제는 방 파트너가 팬데믹 이전부터 찾은 미래의 근무 형태였다. 디지털 시대에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이 개인의 삶을 지키면서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업무가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근무시간 단축이 더 이상 불가능한 유토피아적 이상이 아니라 적용의 문제가 됐다"고 강조했던 방 파트너다.

(참고 : )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향후 10년 내에 미 포천지가 선정하는 500대 기업 중 최소 50개가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국가에서도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 4일 근무제를 주로 도입하는 산업군은 아무래도) 전문직이나 창의적인 서비스를 다루는 직종이 가장 쉽겠죠. 이러한 직종의 미국·유럽 기업들은 노동 시장이 확대되고 대학이 안정적으로 많은 졸업생을 배출하는 시기에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왔고 그 덕에 어리고 착취가 쉬운 인재를 계속 확보했어요. 앞으로의 10년은 이러한 인재가 줄어 기업이 이들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꿔 나가야만 할 겁니다."

포데이위크 글로벌의 알렉스 수정 김 방(Alex Soojung-Kim Pang) 파트너 겸 글로벌 프로그램 디렉터

포데이위크 글로벌은 지난해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세계 최대 주 4일 근무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근무시간은 80%로 줄여 주 4일 근무제가 가능하게 구조를 만들되 임금과 생산성은 100%를 유지하는 것이 실험의 핵심이다. 참여 기업 대부분은 업무·생활 만족도를 높이는 결과를 보게 됐다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팬데믹을 기점으로 주 4일 근무제 실험이 속속 등장했다. 매주 근무일수를 줄인 주 4일 근무제가 아니더라도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실험은 국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부터 주 3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삼성전자가 부분적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선언했다.

◆ AI가 생산성 높인다는데…주 3일제도 가능?

이러한 주 4일 근무제는 올해 들어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면서 이로 인해 업무 생산성이 증가하면 단시간 내에 일을 끝낼 수 있어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와서다. 주 4일 근무제 실험을 기획, 실행해온 방 파트너에게 이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그건 누가 AI(또는 다른 새로운 기술)을 소유하고 이를 직장과 시장에 어떻게 배치할 지를 결정하느냐에 달려 있을 겁니다. 대기업이 AI를 활용해 직원을 대체하고 관리자들이 직원 대신 기술을 사용하기로 한다면 많은 이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나겠죠. 또 AI가 (기업에) 사실상 무료에 가까운 저렴한 비용으로 엄청나게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끔 할 것이라는 점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만약 근로자들이 AI를 시장에서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비교적 재미가 없는 일을 자동화하는 데 좀 더 사용할 거예요. 그렇게 되면 그들은 좀 더 흥미 있고 고부가 가치가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리고 직원들이 자신의 강점과 한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잘 교육된 시스템에서는 AI에 따른 이러한 변화가 주 3일 근무제로 전환할 수 있게끔 도울 수 있을 거예요.

실제 제가 주 4일 근무제를 시행 중인 회사의 한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만약 다른 경쟁 업체들도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해 그게 경쟁 우위라는 이점으로 작용하지 않으면 무엇을 할 거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그 문제는 (답이) 확실하다. 주 3일 근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답하더라고요."

국제2팀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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