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 참사로 숨진 희생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언론과 주변인을 통해 희생자의 사연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하와이 당국은 지금껏 파악한 사망자 106명 중 신원이 확인된 이들 2명에 대해서만 정확한 이름과 나이를 밝혔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시신과 유해를 찾은 가족·친지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희생자의 사연을 전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NBC 방송은 사랑하는 반려견을 구하려다 숨진 프랭클린 트레조스(68)의 사연을 전했다. 화재 당시 라하이나 밖에서 사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나왔다가 생존한 주민 섀넌 웨버-보가르는 친구 트레조스가 라하이나의 집에서 결국 대피하지 못한 채 숨졌다고 전했다.
트레조스는 30년 전 웨버-보가르의 남편과 함께 일하던 중 이들 부부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됐다. 트레조스는 이들의 골든 리트리버종 반려견 '샘'을 무척 아꼈다고 한다.
화재 당시 트레조스와 웨버-보가르는 주변 사람들을 먼저 대피시킨 후 탈출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웨버-보가르는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은 탓에 화상을 입었고, 가까스로 차 창문을 깨고 몸을 던져 가까스로 불길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후 웨버-보가르는 트레조스를 찾으러 현장으로 돌아왔지만, 차 안에는 트레조스의 시신이 있었다. 그는 함께 숨진 반려견을 몸으로 덮고 있었다.
웨버-보가르는 "프랭크보다 샘의 유해가 더 많이 남아 있었다"며 트레조스가 샘을 보호하려다가 숨진 것으로 추측했다.
CNN 방송과 지역 매체 하와이뉴스 나우 등은 3대에 걸친 일가족 4명이 불길을 피하던 중 숨진 사례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들 유해는 지난 10일 집 근처에 있는 불에 탄 차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의 가족은 성명을 통해 "우리 가족을 대표해 사랑하는 부모님인 파소-말루이 포누아 톤과 사랑하는 여동생 살로테 타카푸아, 그녀의 아들 토니 타카푸아에게 '알로하'(하와이어로 '안녕')를 보낸다"며 "슬픔의 크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고, 그들에 대한 기억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우이섬에서 36년간 거주하다 이번에 숨진 여성 캐럴 하틀리(60)의 사연도 그의 언니인 도나 가드너 하틀리의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통해 전해졌다.
도나 가드너 하틀리에 따르면 캐럴 하틀리와 함께 살던 남자친구는 화염을 피하려고 집 밖으로 나왔지만, 검은 연기가 뒤덮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면서 서로 헤어졌다.
남자친구는 목놓아 캐럴을 불렀지만, 헤어진 이후 캐럴 하틀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간신히 탈출에 성공한 남자친구는 다음날부터 지인들과 함께 수색 그룹을 조직해 하틀리를 찾아다니다 결국 지난 주말 이들의 집터에서 하틀리의 유해를 발견했다.
도나 가드너 하틀리는 "동생의 생일은 8월 28일이었고, 곧 61세가 될 예정이었다"며 "동생은 최근까지도 한 살만 더 먹으면 일에서 은퇴할 거라고 계속 말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하틀리는 앨라배마주 그랜드베이에 있는 자택에서 캐럴을 기리는 추모식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시 그린 하와이주지사는 14일(현지시간) CNN방송 인터뷰에서 "앞으로 10일에 걸쳐 사망자 수가 2배로 늘어날 수 있다"며 "비극을 넘어서는 비극"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망자 수가 200명에 육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국은 화재 당시 라하이나에 강한 화염이 덮치면서 시신들이 거의 불에 타 수색과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