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사재기' 나선 中…엔비디아 제품 6조원 어치 선주문

美 규제수위 높이기 전…50억달러치 물량 주문

미국의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도가 높아지자 중국의 IT 공룡들이 반도체 ‘사재기’에 나섰다. 미국이 반도체 관련 대중 수출통제에 이어 자본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까지 발표하는 등 규제 수위를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중국 기업들이 ‘각자도생’에 나선 것이다.

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들은 미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에 50억달러(6조6000억원)어치의 엔비디아 반도체 물량을 주문했다. 올해 10억달러어치의 물량을 확보하고, 내년에 40억달러어치의 물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에 주문한 반도체는 데이터센터용 최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인 A800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스템 구축에 필수적인 반도체이나 최신 GPU 모델인 A100보다 저사양 모델이다. A800은 데이터 전송속도가 초당 400기가바이트(GB)로 A100(초당 600GB) 보다 낮다. 하지만 미국이 고사양 제품인 A100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자 규제에 벗어난 낮은 사양의 모델을 구매하고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이 A100에 이어 A800 수출 제한까지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가 전해지면서 추가 수출규제 전에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사재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중국 IT 기업들은 생성형 AI 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 제품 없이는 AI 기술 개발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소셜미디어(SNS)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의 경우 최소 1만개 이상의 엔비디아 반도체를 비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AI 챗봇 등 다양한 생성형 AI 제품을 개발중인 이 회사는 내년에 공급받을 약 7억달러 상당의 A800 물량 7만개도 주문했다. 바이두도 챗GPT와 유사한 생성형 AI 챗봇을 개발하고 있다. 익명의 바이두 관계자는 "엔비디아 반도체 없이는 (AI 개발에 필요한) 어떤 대형 언어모델도 훈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 IT 공룡들이 엔비디아 반도체 사재기에 나서자 유통업계가 보유한 반도체 가격도 뛰어오르고 있다. 몇달 전만 해도 각 기업이 보유한 재고량이 수천개 수준이었지만 사재기가 횡행하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 자체가 크게 줄었다. 엔비디아 반도체를 유통하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보유중인 A800 가격이 50%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한 외신은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더 광범위한 새로운 수출통제를 고려하고 있다는 우려로 인해 A800 칩을 비축하려고 경쟁하고 있다"며 "미국의 수출통제에 대한 두려움이 중국 기업들 사이에서 엔비디아 반도체 구매 러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1팀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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