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재활용, 대기업 '자금력'이냐 강소기업 '기술력'이냐

2040년 264조원…시장 폭발 성장
새 경쟁자 계속 등장…주도권 싸움
"앞으로 '옥석 가리기' 시작될 것"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한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들이 계속 뛰어들면서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기술을 개발해온 강소기업과 최근 들어 자금력을 무기로 속속 진출하고 있는 대기업이 경쟁하는 구도다.

배터리 재활용은 수익을 내고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돈도 많이 드는 사업이다. 기술도 친환경적으로 고도화해야 할 부분이다.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대기업은 포스코홀딩스다. 그룹 내에서 이차전지 소재는 ‘넥스트 철강’으로 불릴 정도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2021년 5월 중국 화유코발트와 이차전지 재활용 사업을 위해 포스코HY클린메탈을 설립했다. 제련 기술 보유한 포스코는 다른 재활용 기업들도 주시하는 곳이다. 지난해 8월엔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발생하는 스크랩과 폐배터리를 수거하기 위해 현지에 공장을 설립했다. 이 공장에서 배터리를 갈아 나온 검은색 가루(블랙파우더)를 전남 광양 이차전지 재활용 공장으로 가져와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양극재 원료를 추출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배터리 3사들도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지분투자하는 식으로 재활용 시장에 진출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재활용 전문 자회사 '두산리사이클솔루션' 설립했고 GS건설은 100% 자회사 에너지머티리얼즈를 통해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해 4월 이차전지 재활용 스타트업 알디솔루션과 45억원 규모 지분 투자 계약을 맺었고 이르면 연내 양산 체제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주력 사업은 따로 있고 아직은 곁다리 수준으로 사업을 하는 대기업과 다르게 재활용 한 우물만 파온 강소기업들이 있다.

성일하이텍은 2008년 이차전지 재활용 시장에 진입했다. 김형덕 성일하이텍 이사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땐 이차전지 배터리도 폐기물이라 대기업이 이 시장에 들어오기 힘들 것으로 봤다”며 “리튬 등 배터리 핵심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세계 각국에서 재활용 관련 법이 제정되면서 다양한 기업들이 합류하고 있다”고 했다. 폐기물을 다루는 재활용 사업은 공장 인허가가 까다롭고 환경규제를 많이 받는다. 기술적으로 어려워 진입 장벽도 높다.

성일하이텍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리튬이온 배터리가 생산된 2006년부터 배터리 소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이차전지 스크랩 처리기술을 개발했고 2011년 이차전지 양극 활물질을 분리하는 물리적 전처리 공장을 완공했다. 이어 습식제련 제1공장을 준공했고 2012년부터 금속을 회수해 전구체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생산 공정을 시작했다.

코발트·리튬·니켈·망간·구리 5대 물질을 다 회수할 수 있는 회사는 몇 개 없다. 말레이시아, 중국, 헝가리, 인도, 폴란드 현지에 공장 10곳을 운영 중이며 2년 안에 미국, 독일, 스페인, 인도네시아에 추가로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현재 군산 새만금에 전기차 배터리 3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원료를 생산할 공장을 짓고 있다. 김 이사는 “고순도로 정제하고 연속으로 양산하는 공정 운용 기술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고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라며 “선발주자로서 기술과 해외 네트워크 측면에서 앞선 만큼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계속 벌려 나갈 것”이라고 했다.

성일하이텍 직원이 폐배터리를 나르는 모습 [사진제공=성일하이텍]

또 다른 강소기업 새빗켐도 있다. 2011년 이차전지 재활용 기술개발을 시작했고 2017년 사업을 전개했다. 이듬해 이차전지 재활용 공장을 증축했고 2020년 전구체복합액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주요 거래처는 포스코퓨처엠, LG화학, 엘엔에프 등이다.

한번 사용한 침출 공정에서 다시 반복 투입하는 다단 침출 기술을 개발해 고순도 유가금속 회수율을 업계 최고 수준인 95%로 끌어올렸다. 공정은 간단하지만 제조 기술력이 높은 액상 형태의 전구체 소재를 개발해 동종업계 대비 20% 이상 원가 절감도 이뤘다. 새빗켐은 지난해 매출 481억원에 영업이익 10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1.2%에 달한다.

김대기 SNE리서치 부사장은 “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된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지만 이제 막 개화한 단계라 아직은 메이저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전체 배터리 시장을 놓고 보면 아직 국내 재활용 기업들의 공장 생산능력은 작은 편”이라며 “앞으로 공장 증설과 기술 고도화가 계속 이뤄질 텐데 어떤 기업이 이를 감당하고 살아남을지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 시장조사전문업체 SNE리서치는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올해 108억달러(약 14조원)에서 2040년 2089억달러(약 264조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IT부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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