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태풍 '독수리'가 강타한 중국 베이징이 폭우 피해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흘간 쏟아진 비에 수십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6세기 만에 자금성이 처음으로 침수됐다.
중국 베이징시 당국은 지난 1일(현지시간) 오전 6시 기준 폭우로 11명이 숨지고 27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13개구에서 4만4673명이 피해를 봤고, 12만7000명이 대피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 당국은 여전히 도시 내 대부분 지역에 '홍수 홍색 경보'를 발령한 상태이며, 홍수와 산사태 피해에 대비할 것을 거듭 당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베이징은 평균 강우량 257.9㎜를 기록했다.
특히 허베이성 린청현의 경우 48시간에 걸쳐 994.6㎜에 달하는 비가 내리기도 했다. 강우량이 1m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웨이보'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도시 곳곳이 물에 잠긴 모습, 차량 수십 대가 물살에 떠내려가는 모습 등이 영상으로 촬영돼 공유되기도 했다.
중국이 자랑하는 문화유산인 자금성도 이례적으로 침수 피해를 봤다. 배수 시설로 흘러나가지 못한 빗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오르기도 했다. 자금성 일부가 침수 피해를 본 건 약 600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매체 '신경보'에 따르면, 베이징 기상대는 이번 폭우 피해가 심각해진 원인으로 기압대의 상태를 꼽았다. 기상대에 따르면 허베이 일대 고기압대가 태풍 독수리의 북상 속도를 늦춰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태풍은 내륙에 상륙한 뒤 빠르게 소멸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는 뜻이다.
한편 베이징은 극심한 폭염, 폭우라는 급격한 기후 변동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6월23일부터 사흘 연속 최고 기온 40도를 웃도는가 하면, 낮 최고 기온이 35도 이상인 날도 이번 여름 동안 벌써 28일을 기록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