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미국 명문 사립대학 입시에서 동문 자녀를 우대하는 '레거시 입학 제도'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사실이 통계로 확인된 가운데, 이 제도를 둘러싼 미국 내 논란도 점차 커지고 있다.
'레거시 입학 제도'의 기부금이 가난한 학생의 장학금으로 활용돼 저소득층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나치게 높은 합격률로 인해 학벌과 부의 대물림을 공고하게 만드는 악습이라는 비판도 크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명문 사립대 동문 자녀들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자격 조건을 지닌 일반 수험생들보다 합격 가능성이 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결과는 라지 체티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팀이 미국 명문대 입시 결과를 추적해 최근 발표한 연구 논문에 포함됐다. 레거시 입학 제도가 없다는 가정 아래 동문 자녀들의 합격률을 추정해도 일반 수험생보다 33%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명문대 동문 가정은 일반적으로 다른 가정보다 소득 수준과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명문대 출신 부모를 둔 수험생은 학력 이외에도 일반 수험생보다 다양한 입학 조건을 채우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팀은 특히 미국에서 상위 1%라고 할 수 있는 연 소득 61만1000 달러(약 7억8000만 원) 이상의 가정 출신 수험생이 레거시 입학 제도까지 이용할 경우 합격 가능성은 5배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사진출처=로이터·연합뉴스]
연구팀은 특히 미국에서 상위 1%라고 할 수 있는 연 소득 61만1000 달러(약 7억8000만 원) 이상의 가정 출신 수험생이 레거시 입학 제도까지 이용할 경우 합격 가능성은 5배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특히, 명문 '사립대'일수록 출신 가정의 경제력이 입학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도 나왔다. 텍사스주립대나 버지니아주립대 등 공립대학에서는 부유층 자녀가 입학에 더 유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 교정에서 대법원의 소수자 우대 정책 위헌 판결에 항의해 학생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AFP·연합]
이 조사에서 '명문대'로 분류된 학교는 아이비리그 8개교와 스탠퍼드, 듀크,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시카고대 등 12개 대학이다.
수전 다이너스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아이비리그 대학은 저소득층 학생들을 원하지 않고, 이 때문에 실제로 저소득층 재학생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레거시 입학 제도를 두고 미국 내에서 논란이 커지자 미 교육부는 하버드대의 레거시·기부금 입학에 관해 공식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