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영기자
일본 정부가 탈탄소 대응을 위한 지원금을 재가동 원전에도 지급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로 일본 안팎에서 원전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대놓고 원전 밀어주기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은 내년부터 도입되는 탈탄소 지원 제도인 '장기 탈탄소 전원 경매' 프로그램에 재가동 되는 원전들도 지원대상으로 포함시킨다고 밝혔다. 해당 제도는 탈탄소 전원(電源·발전소), 즉 원전이나 태양광, 수력 발전소 등을 신설하면 원칙적으로 20년간의 수입을 보장해주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경산성에 따르면 조건을 충족하는 발전소는 연간 킬로와트(kW)당 10만엔(90만원)을 보장받게 되는데, 아사히신문은 만일 100만kW짜리 원전을 새로 건설하거나 재가동한다면 이 지원금만 받아도 연간 최대 1000억엔(9060억원)에 달하는 비용 회수가 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경산성은 원칙적으로 신설이나 재건축 발전소에 한해 이 제도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여기에 기존 원전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경산성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내진설계 등 원전의 안전 규제가 대폭 강화됐고, 이 새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이 전력 회사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오히려 투자 비용을 정부가 회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니 안전을 위한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력 회사들은 원전 재가동을 추진 중이나, 고액의 안전 대책비가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고 경산성은 설명했다. 원전 사고 이후 대책비와 관련, 대형 전력회사 11곳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지난해 8월 기준 약 5조4000억엔(48조9000억원)에 달한다. 간사이나 규슈전력의 경우 각각 1조엔(9조원)씩이 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원전 재가동 과정에서 가동 불허를 받는 등의 변수가 생길 수 있고, 투자하더라도 회수를 전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보조해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제도 자체가 사실상 원전 지원을 위해 설계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는 "신설이나 재건축 등 운전 개시 전의 원전을 지원하겠다는 당초 조건에 기존 원전까지 끼워 넣는다면 제도 자체의 원전 지원 색깔이 더욱 짙어진다"고 꼬집었다.
일본 정부가 최근 원전 재가동을 부쩍 밀어붙이는 점도 이같은 의혹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원전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2030년도까지 27기 안팎의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현재까지 재가동한 원전은 10기 정도다.
아사히는 "경산성은 지난 5월 원자력 기본법을 개정하는 등 대형 전력을 전폭적으로 지원해나갈 생각"이라며 "이번 제도의 지원 대상 확대 검토도 그 일환"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