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모기자
"이곳 강원공장에서는 1분에 1000병, 시간당 6만병의 맥주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하이트의 강원공장은 국내 맥주시장 선두 탈환의 최전선에 있는 생산시설이다. 올해 4월 선보인 신제품 맥주 ‘켈리’는 출시 99일 만인 지난 11일 기준 누적 판매 330만 상자, 1억 병(330mL 기준) 판매를 달성하며 시장에 빠른 속도로 안착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하이트진로의 전체 맥주 판매량은 켈리 출시 전인 3월 대비 약 33% 상승해 기존 ‘테라’와의 캐니벌라이제이션(자기잠식효과)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지난 19일 찾은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최근 켈리의 빠른 성장세를 반영하듯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에 방문한 생산동에서는 제조동에서 완성된 켈리 원액이 특유의 호박색 유리병에 쉴 새 없이 병입되며 출고 준비에 나서고 있었다. 각처에서 수집된 맥주병은 자동화 설비를 따라 1분에 1000병씩 선별기를 거친다. 여기서 병이 외부접촉 등으로 하얗게 변하는 현상(스커핑)이 기준 이상으로 진행된 병이나 변형된 병들은 6대의 폐쇄회로 카메라를 통해 걸러지고, 합격 판정을 받은 병들은 35분간 깨끗하게 몸을 씻는 과정을 거친다. 세척과 살균을 거친 병들은 외부와 밀폐된 시설로 이동해 맥주 주입 공정이 진행된다.
김태영 주류개발팀장은 “비열처리 맥주가 저온에서 담기기 때문에 주입 과정에서 혹시라도 있을 세균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최종 주입 공정은 외부와 철저하게 분리돼 밀폐시켜 둔다”고 설명했다. 강원공장에는 병맥주 2개, 캔맥주 2개, 페트병 1개, 생맥주 2개 등 7개의 생산라인이 구축돼 있다. 공장 가동률을 최대로 끌어올리면 500mL 20병입 한 상자 기준으로 하루에 17만 상자를 생산할 수 있다.
생산 현장에선 켈리의 상승세가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정의민 품질관리팀 과장은 “기존 테라가 각 라인에서 생산량을 유지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켈리가 더해져 현장 체감상으로 성수기보다 더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며 “현재 켈리가 공장 전체 생산량의 20% 정도를 담당하고 있고, 출시 초기인 만큼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맥주 제조과정도 살펴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마주한 시설은 주원료인 보리가 저장된 거대한 사일로였다. 여기서 저장된 보리의 싹을 내 건조시키면 맥아가 되고, 맥아를 분쇄해 따뜻한 물을 넣고 가열하면 단맛의 맥아즙이 만들어진다. 이어서 맥아즙에서 쓴맛의 타닌 성분과 단백질을 분리해내는 자비 과정을 거친 뒤 냉각기로 급랭시켜 발효 과정을 거치면 맥주가 만들어진다. 완성된 맥주는 최소 20일 이상 발효·저장하는데, 강원공장에는 60만 리터 크기의 저장 탱크가 총 108개가 있다.
1997년 8월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하화계리에 준공된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도둔산자락 아래 홍천강을 끼고 16만평의 대지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준공 당시부터 지금까지 국내 최대 맥주공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연간 50만 킬로리터(kl)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주요 생산 품목은 켈리와 테라를 비롯한 맥주 제품과 발포주 ‘필라이트’이며, 수출용 발포주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공장은 생산 전 공정이 자동화 설비를 통해 이뤄지며, 중앙통제실에서 맥주 생산의 모든 공정을 제어하고 있다. 또한 제조과정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회수해 재사용할 수 있도록 국내 최초로 열재생시스템(ERS)을 도입하는 등 친환경 설비투자를 통해 홍천강의 오염방지는 물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