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이기자
여야가 2030 청년층을 겨냥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캐스팅보터로 떠오른 2030세대 표심 몰이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20대 남성인 '이대남'을 겨냥해 톡톡히 효과를 국민의힘은 '1000원 학식(대학교 식당 식사)'을 비롯해 토익성적 유효기간 연장, 학자금 대출 이자 면제 등을 내세워 청년표심 공략에 나섰고, 민주당과 군장병과 대학생 밀착 정책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올해 3월 김기현 대표 취임 이후 적극적인 청년 정책을 펴고있다. 김 대표는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직후 대학교 1000원짜리 학식인 '천원의 아침밥'을 시행하고 있는 대학 현장에 직접 방문, 정부여당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두배 가량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김 대표는 지난 5월에는 당내 '청년정책네트워크'를 발족했다. 여당 대표가 위원장을 맡은 유일한 당 기구다. 당시 김 대표는 "청년 문제는 우리 당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며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화두를 고민해 정책을 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청년정책네트워크는 1호 청년 정책으로 민간 기업 채용 때 인정하는 토익 성적 유효기간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2호 정책은 '예비군 처우 개선을 위한 3권 보장'이다. 구체적으로 ▲훈련장 왕복 이용이 가능한 무료 수송버스 운영 ▲훈련 참여 시 결석 처리 등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행령 정비 ▲동원 미참가자 훈련비 인상 등이 포함됐다.
지난달 3호 정책도 발표했다. 기업과 공공기관 등은 취업준비생이 제출한 개인정보에 대해 파기, 고지 의무를 담은 '개인정보 알.파.고(알림, 파기, 고지)'를 내걸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선 공약이었다.
김 대표는 지난달 직접 '청년 패키지 지원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452억원 규모의 학자금 대출이자 면제 ▲1140억원 규모의 국가장학금 지원 확대 ▲유급 근로장학생 수 확대(12만4000명→13만4000명) ▲생활비 대출 한도 확대(350만원→ 400만원) 등 4가지다. 이를 시작으로 '청년약속 시리즈'를 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난 4월 정책위원회 청년부의장, 청년부위원장을 신설하고 '정책해커톤 청년 ON다' 공개오디션으로 이들을 임명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지난 4월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천원의 아침밥 확대 시행을 언급하며, 정부여당과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김 의장은 천원의 아침밥을 모든 대학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겠다면서 "올해 안으로 좋은 청년 정책 100가지를 찾기 위한 청년·학생과의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 '취업 후 학자금 대출 상환 특별법'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지난 4월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독 의결했다. 학자금을 대출받은 대학·대학원생은 취업 뒤 소득이 생길 때부터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데, 개정안은 취업 전까지 소득이 없을 때 발생하는 이자를 면제해주는 내용(860억원 규모)이다.
지난 5월 민주당 지도부는 여당 시절 출범했던 청년정책 컨트롤타워인 '청년미래연석회의 4기'를 출범시켰다. 이어 했다. 이달 4일 이 대표는 '이재명, 청년희망대화 군장병 휴가불평등 문제개선 관련 간담회'를 개최하고 병사 휴가에 휴일을 포함하지 않도록 하는 '병사 휴가 보장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예비군 훈련 결석 처리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이른바 '더블루스피커'로 2019년 이후 4년 만에 공개 선발을 통해 청년대변인을 선발했다. 국민의힘이 공개 오디션으로 청년부의장 등을 선출한지 약 2달 만이다.
여야가 앞다퉈 청년 공략에 나선 것은 내년 총선 국면을 염두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2030세대 비중이 높은 중도층 표심이 내년 총선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의 지지율은 여당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코인 투자와 공정 이슈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가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투자 사태로 인해 야권에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6월 넷째주 정당지지율 집계(무선전화 RDD 표본 프레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35%, 민주당은 31%를 기록했다. 20대에선 국민의힘이 전주 조사(16%) 대비 7%포인트 오른 23%를 기록해 민주당 지지율(21%)를 소폭 앞섰다. 민주당은 같은 기간 33%에서 12%포인트가 급락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9~21일 진행해 지난 22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휴대전화 가상번호 100%, 표본 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 국민의힘의 20대 지지율은 2주 전보다 7%포인트 오른 27%를 기록했고, 민주당은 2%포인트 지지율이 떨어진 17%였다. 30대에서도 국민의힘은 30%를 기록해 민주당(27%)를 앞섰다.
전문가들은 양당의 청년 정책이 내년 총선 판세를 흔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광재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당장의 지지율 변화를 위한 것보다는 선거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선거 때 지지율에 3%만 영향을 미쳐도 선거의 결과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이 선거의 결과를 바꿀 수 있다"라며 "다만 내놓은 정책을 선거 이후에도 끌고 나갈 것이냐는 장기적으로 유권자의 신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국민의힘은 최근 많이 이탈한 '이대남'을 불러들여오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양당이 경쟁적으로 청년 정책을 '투척'하는 건 최종적으로 당락에 영향을 미칠 중도층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이 평론가는 역시 "국민들 관점에서 선거가 끝나고 폐기될 정책들을 마구 내는 것은 무책임해 보일 수 있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