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환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두 번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문에 나선다. 취임 후 첫 순방으로 나토행을 택했던 윤 대통령은 이번에는 세일즈 외교를 통한 '실익 챙기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 확립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난해 나토가 다자외교전의 데뷔였던 만큼 이번에는 책임과 실익을 위한 결과들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10일부터 4박 6일 일정으로 리투아니아와 폴란드를 방문한다. 11~12일에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전쟁, 안보 협력 등에 관해 논의한다. 이어 폴란드에서 한·폴란드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발전 방안을 조율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로서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외교·안보 분야뿐 아니라 경제 분야 성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관전 포인트는 ▲공급망 강화 ▲신수출 시장 확보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이다. 글로벌 복합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공급망을 강화하고,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사업이 가시화하는 '세일즈 외교'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최상목 경제수석 역시 전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국 정상들과 핵심광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첨단산업 분야의 공급망 강화를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리투아니아에서 최소 10개국 이상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동유럽을 비롯한 나토 등 유럽에서의 공급망 확보는 윤 정부 취임 직후 줄곧 추진됐던 핵심 산업 과제이기도 하다. 한-EU간 다분야 공급망 구축을 위해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섰던 상황으로, 직전 프랑스 순방에서 윤 대통령은 "한국과 유럽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로서 첨단분야 산업투자를 통해 긴밀한 공급망을 구축했다"며 이차전지, 전기차, 해상풍력, 첨단소재 등 유럽 대표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낸 바 있다.
더욱이 최근 중국이 첨단기술과 방위산업 등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한 데 대해 유럽 각국이 긴장에 나서면서 이번 나토를 통해 EU가 공동 대응의 목소리까지 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럽은 교역 규모는 크지 않지만 협력 잠재력이 큰 만큼 '신시장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정부의 '상반기 국가·지역별 수출 증가율' 현황을 보면 중국(-26%), 아세안(-20.4%), 중남미(-14.6%) 수출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감소한 반면 유럽연합(EU, 5.7%)은 중동(14.3%)에 이어 두 번째로 수출이 늘어난 곳이 됐다. 윤 대통령의 잇따른 '세일즈 외교'로 기본적인 공급망이 구축되고 첨예한 산업분야까지 판로를 확보할 경우, 유럽으로의 수출 규모는 물론 수익까지 늘릴 수 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판단이다.
폴란드는 우리 기업의 유럽 진출 교두보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폴란드에서 양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양국 기업인 250명이 참석, 신산업과 에너지, 인프라 등 분야에서 다수의 업무협약(MOU)을 맺을 예정이다. 이번 순방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를 비롯해 2차전지, 방산, 원전, 건설분야 기업인 89명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다.
특히 폴란드의 경우 우크라이나 최인접국으로, 향후 전후 재건의 허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이번 폴란드 방문에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을 만나 정부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윤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 만나 지원 의지를 명확히 전했다.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양국 협력 방안을 계속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대통령실은 정상회담 뒤 양 정상이 우크라이나 재건 복구를 위한 양국 협력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한국 기업들의 재건사업 참여를 공식화했다.
정부 차원에서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정부는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복구회의'에 참석, 재건 참여 의지를 밝혔다. 당시 정부 대표로 참여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한국의 전후 경제발전 경험을 토대로 꼭 필요한 기반 시설의 재건과 기초 사회서비스 회복 등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지난해 1억달러(약 1293억원)에 이어 올해에도 1억3000만달러(약 1681억원) 규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한다는 점도 소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많은 만큼 대통령도 최대한 이들을 직접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정부와 기업의 원팀 철학 의지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