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인턴기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82)의 사비로 1억원씩 받게 된 이 회장의 고향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공덕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이 회장의 고향 전남 순천 서면 운평리 마을에서 태어나 82년째 살고 있다는 주민 장찬모씨(81)의 인터뷰가 담겼다.
그는 "5월 말쯤 됐는데 이장님이 갑자기 '선물이 들어왔을 것'이라며 통장 한번 확인해 보라고 하더라"며 "그래서 처음에는 '100만원 정도 들어오겠다' 예측했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통장을 확인한 장씨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통장에 찍혀 있는 금액이 1억여원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장씨는 "꿈 같았다. 긴가 아닌가, 이거 장난인가 싶기도 하고"라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이어 "영농 빚이라든지 이런 걸 짊어지고 있는 사람도 많았는데 살 것 같다는 사람이 태반"이라며 마을 상황도 전했다.
그는 "논에서 벼 같은 것을 한 짐 짊어지면 일어나지를 못한다"며 "그럴 때 누가 밀어주면 잘 일어나는데, 지금이 그런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장씨에 따르면 현재 마을 주민들은 이 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공덕비 설립을 추진 중이다. 장씨는 "큰 선물을 받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해서 이장님 등 전부 다 동의했다"며 "회장님께 공덕비를 하나 세워주는 걸로 동일하게 얘기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공덕비 등을 세우지 말라고 전했지만, 주민들이 각자 받은 금액의 1%씩을 성금으로 내놓는 등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회장은 운평리 죽동마을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서면 동산초와 순천 중·고를 다녔다. 이후 서울에서 고려대 정책대학원 행정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건설업에 몸담아 부영을 세운 것은 1983년의 일이다.
이후 이 회장은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1991년 순천에 부영초를 설립했다.
또 두 달 전부터 이 같은 현금 나눔을 결심했으며, 이 회장은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을 잘 지켜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5월 말부터 6월 초 사이에 운평리 280여가구 주민들에게 세금 공제 후 마을 실거주 기간에 따라 적게는 2600만원부터 많게는 9020만원까지 개인 통장으로 입금했다.
이 회장의 현금 나눔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동산 초·순천 중 동창생들에게는 1억원씩, 같은 기수(8회)로 순천고를 졸업한 동창생들에게는 5000만원씩 전달했다.
또 2년 전에는 직계 아닌 친척들에게 최대 10억원을 보냈다. 군 복무를 함께한 전우들에게도 선행을 베풀었다고 전해졌다.
지금까지 이렇게 주변에 직접 지급한 현금이 1500억원에 이르며, 선물·공구 세트·역사책 등 기부한 물품까지 더하면 총 2500억 규모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개인 기부 외에도 부영그룹은 국내외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6·25 정전 70주년을 맞아 '공군 하늘사랑 장학재단'에 기부금 100억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늘사랑 장학재단은 훈련 중 순직한 공군 조종사의 자녀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이다.
공군 출신인 이 회장은 군 생활 5년 반 동안 매끼 식사 2인분을 받아 '밥값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공군에 꾸준한 기부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5년에는 6·25전쟁 당시 목숨 바쳐 우리를 도와준 세계 참전 용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세워진 참전비의 건립 비용을 지원한 바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실천 중인 부영그룹이 지금까지 사회에 기부한 금액은 1조원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