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조기자
"우리가 도운 일도 없는데 이렇게 큰 선물을 주시니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어요."
전남 순천시 서면 운평리 당천마을에 거주하는 장찬모 공적비 건립추진위원장이 활짝 웃었다. 부영그룹 창업주 이중근 회장이 사비를 들여 고향인 운평리 주민들에게 최대 1억원씩 나눠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가 환호하고 있다.
28일 마을 주민과 부영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5월 말부터 6월 초 사이에 운평리 280여가구 주민들에게 세금 공제 후 적게는 2600만원부터 많게는 9020만원까지를 개인 통장으로 입금했다. 마을 실거주 기간에 따라 5단계로 구분해 지급했다.
이 회장은 두 달 전부터 이 같은 현금 나눔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을 잘 지켜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며 운평리 6개 마을 대표 12명을 만나 뜻을 밝혔다. 회사에는 알리지 않고 개인적으로 한 일로, 고향을 향한 애틋함이 묻어난다.
이 회장은 운평리 죽동마을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서면 동산초와 순천중·고를 다녔다. 이후 서울에서 고려대 정책대학원 행정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건설업에 투신해 부영을 세운 것은 1983년의 일이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남다른 고향 사랑으로 1991년에는 순천에 부영초를 설립했다.
현금 나눔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과거 동산초·순천중 동창생들에게는 1억원씩, 같은 기수로 순천고를 졸업한 8회 동창생들에게는 5000만원씩 전달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순천중·고 동창생들만 80여명이다. 또 2년 전에는 직계 아닌 친척들에게 최대 10억원을 보냈다. 군 복무를 함께 한 전우들에게도 선행을 베풀었다. 이렇게 지금까지 주변에 직접 지급한 돈이 1500억원에 이른다. 선물·공구 세트, 역사책 등 기부한 물품까지 더하면 총 2500억원 규모라고 한다.
운평리 주민들은 이 회장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공적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각자 받은 금액의 1%씩을 성금으로 냈다. 장 위원장은 "이 회장이 이번 일을 알리지도, 공적비도 세우지도 말라고 했지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 개인 기부 외에도 부영그룹은 국내외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실천 중인 부영그룹이 지금까지 사회에 기부한 금액은 1조원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