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민기자
주택시장 선행지표로 꼽히는 ‘대장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두 달 연속 이어졌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규제완화로 인해 강남권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다만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외 지역은 여전히 침체기인데다 서울 내 거래량도 부족해 아직 전반적인 시장 상승세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주택동향에 따르면 이달 ‘KB선도아파트50’ 지수는 전달 대비 0.82% 상승했다. 이 지수는 지난해 7월 하락으로 전환한 이후 10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3.14% 하락하며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달에 11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며 두 달 연속 상승을 기록한 것이다.
KB선도아파트 지수는 전국 아파트단지 중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선정해 시가총액 변동률을 나타낸 지수다. 가격변동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보여주고 있어 주택시장을 한발 앞서 내다보는 선행지표로 주로 활용된다. 헬리오시티, 아크로리버파크, 은마아파트 등 강남권 주요 단지들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강남4구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가파른 모양새다. 서울 내 시가총액 상위 20개 지수는 이달 90.6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로 지난달보다 1.4포인트 올랐다. 이 지수에 포함된 20개의 아파트 단지는 모두 강남4구에 속한다.
이는 실거래가에서도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84.95㎡(전용면적)는 지난달 26일 19억9000만원에 실거래되며 20억원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올해 초 17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던 것과 비교하면 반년 새 2억4000만원 가격이 오른 셈이다. ‘재건축 대어’로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43㎡는 지난 2월 21억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23일에는 24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3억4000만원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은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4구가 속해있는 서울 동남권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4월 셋째 주 상승 전환한 이후 10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해당 기간 동안 1.02%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다른 서울 내 권역(도심·동북·서북·서남)이 모두 하락세를 유지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집값 상승의 본격화라고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남권 아파트는 그동안 큰 폭으로 하락하다 보니 최근 상승세가 더 돋보이는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쏟아지는 입주물량이나 미분양 문제가 해소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에 살아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저점인식 때문에 강남권이나 마포·용산 등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자가 늘면서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분위기"라며 "다만 서울 내 아파트 거래량이 아직 월 3000건에 그치는 등 부동산 호황기 당시와 비교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 뚜렷한 상승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 하반기에는 은평구나 강남·동대문 등 다양한 지역에서 입주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라며 "한동안은 입주여파로 인해 가격 하방압력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