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주 십원빵은 막으면서 장난감 화폐 놔두는 이유는?

경주의 관광 명물 ‘십원빵’이 10원 주화 도안을 무단 사용해 한국은행에서 이용 중단 요청을 받자, 완구업계와 유아교육기관 등에서는 어린이용 모형 화폐 등도 사용하면 안 되는지 혼란스러워 한다. 한은은 어린이 모형 화폐는 교육적인 용도가 있기 때문에 제재하기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십원빵은 1996년 발행된 10원 동전을 본떠 만든 빵으로, 10원 동전에 새겨져 있는 경주 불국사 다보탑 문양이 빵에 찍혀 있다. 2019년부터 경주 일대에서 팔리기 시작하면서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경주에서만 17개 업체가 십원빵을 판매한다.

10원 주화 도안을 무단 사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경북 경주의 명물 십원빵./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한은은 십원빵이 이슈가 되자 보도자료를 내고 “화폐 도안의 건전한 사용을 위해 화폐도안 이용 기준을 정해 놨다”면서 “화폐 도안의 영리 목적 사용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은은 십원빵이 해당 이용 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디자인 변경을 요청했다. 한은에 따르면 화폐 도안은 교육·연구·보도·재판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화폐 모조품, 서적·신문·잡지 등의 인쇄물과 전자책 등에 삽입한 삽화 등에만 이용할 수 있다. 모조품은 실제 화폐 크기의 50% 이하 또는 200% 이상으로 만들어야 하고, 삽화는 단면으로 해야 하는 등 세부 조건도 있다.

다만, 영리 목적의 사용은 한국은행이 따로 허용한 경우를 제외하고 금지된다. 한은은 "화폐 도안의 무분별한 상업화가 화폐 시스템 신뢰 저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서 이런 제한 규정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1년 전부터 십원빵의 판매 사실을 인지하고 제조업체들에 대해 지속해서 기존 도안의 사용 중단을 요청해 왔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이 설비 투자비 등을 이유로 거절하다가 최근 다보탑 대신 첨성대나 불국사 등 다른 문양을 새겨 넣는 방식으로 디자인 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통영의 백원빵, 서울 신사동 오백원빵 등 십원빵과 유사한 식품도 제재 대상이다.

상황이 이렇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판매 중인 이른바 ‘장난감 화폐’를 제작하는 장난감 업체들도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등에 ‘은행놀이 지폐’ 등을 입력하면 검색되는 제품만 수십 가지다.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장난감 화폐./온라인 쇼핑몰 화면 갈무리

이들 업체는 10원짜리 동전부터 5만원짜리 화폐까지 실제 지폐와 유사한 디자인의 제품들을 싸게는 수천원에서 비싸게는 수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상당수 제품이 각 화폐의 색깔과 모양이 유사한데, 크기는 실제 지폐보다는 작다.

이 역시도 장난감 업체들의 영리를 목적으로 생산·판매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한은이 규정하고 있는 화폐도안 이용 기준에 위배된다. 그러나 한은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전면 제재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장난감 화폐의 경우에도 영리적인 목적으로 제작된 것은 맞기 때문에 분명히 규제 대상”이라면서도 “어린이 금융 교육이라는 공익성도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당장 이용 중단을 요청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사회부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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