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무죄 진상 민원인… 대법, ‘공무집행방해’ 징역 1년

1·2심 "청사방호·안전 관리 담당 아냐… 적법 직무집행 아냐"
대법 "민원 안내 업무 관련 일련의 직무수행 포괄"

공무원이 술에 취한 채 소란을 피우는 민원인을 끌어내 밖으로 내보낸 것은 정당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상해죄로 복역한 전력이 있는 A씨는 2020년 9월 통영시청 주민생활복지과 사무실에 술에 취한 상태로 들어와 휴대전화 음량을 높여서 음악을 재생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 이에 시청 직원은 소리를 줄여달라고 요청하면서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물었다.

그러자 A씨는 ‘XX 너희가 똑바로 해야지. 야이 XX놈들아 XXXX야 너희들이 똑바로 해야지’라고 소리치며 계속 소란을 피웠다. 직원들이 A씨를 제지하면서 사무실 밖으로 내보내려 하자 A씨는 직원의 상의를 잡아당겨 찢었고, 청사 밖에서는 직원의 멱살을 잡고 흔든 뒤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휘둘러 직원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검찰은 A씨에게 시청공무원들의 주민생활복지에 대한 통합조사 및 민원 업무에 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공무집행방해)를 적용해 기소했다.

하급심은 A씨의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공무원들이 시청 청사방호나 안전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적법한 직무집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직무를 집행하고 있는 공무원을 상대로 폭행·협박이 이뤄져야 한다.

2심은 폭행 혐의를 추가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인 뒤 폭행 혐의 유죄를 인정,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상고심을 맡았던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당시 A씨를 제지하고 나선 시청공무원들의 행위도 민원 업무와 관련된 일련의 직무수행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 공무집행방해죄 유죄 취지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2심이 민원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민원 상담을 시도한 순간부터 민원 상담 시도를 종료한 순간까지만 직무 범위인 민원 업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였다.

먼저 재판부는 과거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직무를 집행하는'이라 함은 공무원이 직무수행에 직접 필요한 행위를 현실적으로 행하고 있는 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직무수행을 위해 근무 중인 상태에 있는 때를 포괄하고, 직무의 성질에 따라서는 그 직무수행의 과정을 개별적으로 분리해 부분적으로 각각의 개시와 종료를 논하는 것이 부적절하고 여러 종류의 행위를 포괄해 일련의 직무수행으로 파악함이 상당한 경우가 있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A씨의 욕설과 소란으로 인해 정상적인 민원 상담이 이뤄지지 않고, 다른 민원 업무 처리에 장애가 발생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피고인을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간 행위는 민원 안내 업무와 관련된 일련의 직무수행으로 포괄해 파악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파기환송심은 "공무원이 A씨를 데리고 나가는 과정에서 팔을 잡는 등 다소 물리력을 행사했다 하더라도 A씨의 불법행위를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방법으로 저지한 것에 불과해 직무권한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시 열린 상고심도 이 같은 파기환송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사회부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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