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민감기술 제3국 투자 제동…'사실상 中 겨냥'

유럽연합(EU)이 첨단반도체 등 민감한 기술을 보유한 역내 기업이 제3국 투자에 과도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기로 했다. 군사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제품군에 대해서도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역내 주요 기업이 제3국에 인수되는 문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EU집행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주간 집행위원단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유럽경제안보 전략'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U는 통신문 채택을 시작으로 정책 추진을 위한 논의와 입법 작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달 말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단 통신문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이날 공개된 14장 분량의 통신문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민감한 기술 보유 기업의 '해외 투자' 규제를 시사한 대목이다. 집행위는 회원국과 긴밀히 협력해 (EU 기업의) 해외 투자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안보 위험을 조사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각국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를 꾸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감한 기술로는 양자 기술, 첨단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을 예로 들었다.

이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말까지 해외투자와 연관된 안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가능한 조처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관련 기술 또는 제품을 보유한 역내 기업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제3국에 공장을 짓는 등의 투자 행위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군사용으로 전용 가능성이 있는 '이중용도' 제품군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수출통제도 예고했다. 집행위는 "이중용도 제품을 포함해 민감한 신흥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원국 간) 협력 강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존에 있는 이중용도 관련 수출통제 규정을 완전히 이행하고 그 효과성을 보장하기 위해 새로운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외 기업이 EU 안에 있는 핵심 인프라나 기업을 무분별하게 인수하는 것을 막고자 외국인 직접 투자 심사도 강화할 방침이다.

EU가 포괄적인 경제 안보 전략 수립 추진을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이런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3월 방중을 앞두고 중국을 대상으로 디리스킹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새로운 경제안보전략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EU의 접근 방식을 두고 회원국 간 이견이 여전히 적지 않은 상황이라 세부 입법이 마련돼 시행되기 전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국제1팀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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