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작가파업 왜?…“OTT 잘나가는데 내 수입은 줄어”

작가조합, 지난달부터 역대 최대 규모 파업
콘진원“OTT 성장하며 시장 바뀐 탓” 분석

지난 5월 2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시작된 미국작가조합(WGA)의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다. 1만500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이번 파업은 2007년과 2008년 이후 최대 규모이며, 조합 지도부가 만장일치로 파업을 승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WGA 파업의 근본적인 원인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비약적인 성장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파업에 돌입한 WGA은 글로벌 OTT 업체들의 불공정 계약을 비판하고 있다. 작가들은 “OTT가 방송·영화의 주류가 된 이후 제작 환경이 크게 변했음에도 처우는 그대로”라며 “보상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WGA에 따르면 OTT 시리즈의 시즌당 편수가 과거에 비해 적고 해외 방영에 따른 재상영분도 없는데, 업무량은 전반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한국 작가들도 국내 방송사·제작사에서 일반화된 불공정 관행이 OTT와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심화할 것을 우려하며 연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최근 발간한 ‘미국 콘텐츠산업동향’에서 “2019년부터 시작된 스트리밍 산업의 확장은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시장을 열어준 면도 있으나, 동시에 작가들의 수입 하락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작 전인 2019년 기존의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피콕, HBO 맥스 등에 더해 애플TV플러스, DC 유니버스와 디즈니플러스 등이 설립되며 OTT의 무한 경쟁시대가 열렸다.

뉴욕에서 벌어지고 있는 WGA 시위 모습 [이미지 출처=AP 연합뉴스]

OTT가 본격적으로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 수입이 발생한 작가 수는 큰 폭으로 늘었고, 2019년까지 증가세가 지속했다. 그러나 2019년 이후에는 9% 떨어진 뒤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런 양상은 작가들의 연간 수입으로 집계해도 같은 추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OTT 시장에서 이른바 ‘신디케이션’의 기회가 줄어들어 이 같은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신디케이션이란 TV 시리즈를 네트워크를 거치지 않고 제작사에서 개별 독립 방송국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이는 그동안 작가의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OTT 플랫폼의 성장이 신디케이션이 중심이던 시장을 바꿨고, 신디케이션의 기준으로 꼽히는 100개 에피소드 수를 채울 수 있는 시리즈가 점차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OTT 플랫폼들의 제작 증가로 전체 제작 타이틀 수는 많이 증가했지만, 공중파 TV나 케이블 네트워크의 편성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에피소드는 줄었다”며 “결국 작업량은 많아졌지만, 수입이 지급되는 빈도는 줄었으며, 작가들은 할당된 돈을 적은 금액으로 나눠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OTT 플랫폼의 독점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줄어든 작가 고용 실태 등도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파업에 대해 대형 스튜디오들은 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금은 큰 변화를 줄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있어서 작가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가입자가 순(順)감소했고, 디즈니플러스를 운영하는 디즈니는 최근 약 7000명을 해고했다.

이슈2팀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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