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은주기자
오는 하반기에 시외·고속버스 요금이 소폭 오른다. 지난해 말 요금 인상된 지 반년만이다. 정부는 물가상승 기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지난해 유류비 상승에 따른 버스업계의 부담을 고려하면, 요금의 단계적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시외버스·고속버스 인상안을 마련해 협의 중이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요금을 인상(평균 5%)한 지 반년만이다. 국토부 소관인 시외버스·광역버스 요금은 유가·인건비·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한 원가 요인을 점검하고, 인상 필요성이 있을 경우 부처 협의를 진행해 구체적 인상 규모를 결정한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올랐으나 국민 부담을 감안해 인상 시기를 최대한 분산하기로 했었다”며 “당시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물가상승 기세가 완화되면서 이연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스업계가 지난해 유류비 상승에 따른 부담을 크게 떠안아야 했던 상황을 반영하면, 요금의 단계적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주 사용연료인 경유의 가격이 솟구쳐 연료비가 크게 올랐다. 지난해 말 정부는 3년 9개월 만에 요금 인상을 단행했지만, 충분치 않았다는 판단이다. 앞서 지난 5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1주년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급등 때 고속버스 요금을 인위적으로 묶어놔 두 번으로 나눠 올리기로 했기 때문에 고속버스 요금은 계속 누르고 갈 수만은 없다”며 요금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올 하반기 안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하철·시내버스 등의 대중교통 요금과 택시요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그간 중앙 정부의 동결 기조에 따라 요금 인상을 자제해 왔지만, 물가를 반영한 가격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서울시는 이르면 8월 중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을 최대 300원 올릴 계획이며, 인천시는 시내버스 요금을 300원, 울산시는 250원 인상하는 안을 각각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이에 하반기 주요 교통 요금들이 잇달아 인상되면서 공공서비스 요금이 안정권으로 진입하려던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에서 “내년부터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택시 기본요금 인상 가능성이 큰 점도 물가압력을 높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