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오늘부터 나를 위해 울기로 했다<3>

편집자주"자식에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 때문에 괴롭습니다. 자식은 자기 욕구에만 충실하지 곧 환갑을 바라보는 엄마의 여린 마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박성만 심리치료사가 쓴 <오늘부터 나를 위해 울기로 했다>는 이런 질문들과 마주하며 나에게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동시에 가족과 어떻게 성숙한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는지를 깨우쳐준다. 지나치게 각별한 모녀 사이, 떠나보낸 아들을 잊지 못하는 엄마의 사연 등을 통해 자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식과 분리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더불어 부모와의 관계나 성장 과정에서의 결핍을 무의식중에 자식에게 보상받고자 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글자 수 794자.

나이 육십은 생물학적 변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육십갑자(六十甲子)가 한 바퀴 돌았습니다. 그 물리적 변화는 정신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한 바퀴 돌고 새로 시작하는 지점에 섰기 때문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것은 어린이가 되는 겁니다. 당신은 ‘어른 어린이’로부터 다시 시작할 때가 됐습니다. 새롭게 맞이하는 어린이는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60년 전 엄마에게 의존하던 생물학적 어린이가 아닌, 보다 더 큰 엄마인 자연의 원리(또는 자신이 믿는 신)에 의지하는 어린이가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집착 대상이었던 자식을 떠나보내야 합니다. 부모가 자식에 집착하는 한 새로운 삶의 원리는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엄마에게 무관심한 자식은 엄마의 새로운 탄생을 돕는 겁니다.

사람은 나이 들어 자연의 원리 곧 더 큰 엄마를 발견하지 못하면, 생물학적 어린이의 마음으로 퇴행합니다. 삶의 원리를 발견하지 못한 채 의존할 인물을 찾으나 섭섭한 일만 생깁니다. 말이 많아지고 식탐도 생깁니다. 만일 그가 많은 돈을 가졌다면 돈으로 자식을 통제하여 어린이의 보상 심리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과거에 높은 지위를 가졌다면 아직도 그 지위에 있는 줄 알고 ‘나 때는 말이야’의 환상에 빠집니다. 손주에 집착하면 자신의 대를 이어갈 사람으로 손주를 생각하고 인류의 생존본능인 번식과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반면 자기로서 새롭게 출발하는 어린이가 되면, 그는 어린이의 호기심으로 삶의 새로운 지평을 넓혀갑니다. 분석심리학에서 어린이는 창조적 가능성을 가진 성숙한 자기를 상징합니다. 나이 육십은 성숙한 어린이의 시작입니다.

-박성만, <오늘부터 나를 위해 울기로 했다>, 추수밭, 1만7000원

편집국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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