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기자
광역자치단체 인구를 둘러싼 선두 다툼은 어떤 의미에서는 싱거운 싸움이다. 압도적인 1위를 질주하던 서울특별시의 자리를 경기도가 추월한 지 오래됐다. 지금은 경기도와 서울은 경쟁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현재 경기도는 1361만2597명에 달한다. 서울은 941만8885명이다. 서울은 1000만명이 깨진 데 이어 조금씩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올해 1월과 비교할 때 인구가 더 늘었다. 경기도와 서울의 인구 격차는 400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압도적인 인구를 자랑하는 경기도에서 가장 큰 도시는 누가 뭐래도 수원이다. 수원시는 인구 규모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질주하고 있다. 경기도의 인구 규모를 살펴볼 때 더욱 흥미로운 경쟁은 ‘넘버2’를 둘러싼 자존심 경쟁이다.
수원의 뒤를 누가 이을 것인지를 놓고 벌이는 경쟁.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경기도에서 100만명이 넘는 도시는 세 곳이다. 수원시와 고양시, 용인시다.
화성시와 성남시도 90만명을 넘어섰지만, 아직 100만명을 돌파하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고양시와 용인시 가운데 어느 도시의 인구가 더 많을까. 두 도시는 어느 곳이 앞서간다고 단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빙의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외국인을 포함해 해당 지역에 사는 인원 전원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인구는 달라진다.
올해 5월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고양시는 107만7963명, 용인시는 107만5317명이다. 두 도시의 인구 차이는 3000명도 되지 않는 셈이다.
두 도시의 인구는 광역시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산광역시는 110만6446명으로 고양시, 용인시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이다. 고양시와 용인시가 울산광역시를 추월할 가능성도 있다.
고양시는 신도시의 대명사 가운데 하나인 일산이 있는 곳이다. 지하철 3호선 라인을 중심으로 일산신도시와 화정역, 원당역, 삼송역 인근 지역에 많은 이가 산다. 고양시는 서울 강서구, 마포구, 은평구, 종로구, 성북구, 강북구 등과 접혀 있다.
서울의 서쪽부터 동북부 지역까지 접해 있는 셈이다. 이는 넓은 면적에 걸쳐 있는 북한산 국립공원과 관련이 있다. 북한산은 고양시와 서울시를 사이에 두고 있다.
고양시는 서울과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인 여건상 인구 유입에 유리한 환경이다. 실제로 경기도에서 수원시 다음으로 100만 고지를 점령한 도시가 바로 고양시다. 통계청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고양시는 1992년 25만명 수준이었는데 2014년 100만명을 넘어섰다. 용인시는 2017년에 100만 도시 대열에 합류했다.
고양시는 창릉신도시를 비롯해 대규모 택지 지구가 있다. 앞으로 인구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오랜 세월 경기도 인구의 넘버 2는 고양시의 차지였다.
하지만 인구 증가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용인시의 발전 양상은 놀라운 수준이다. 2000년도만 해도 고양시는 80만명, 용인시는 40만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용인시는 2배를 넘어 3배 가까이 인구가 증가한 상황이다.
용인시는 면적이 591.26㎢에 이른다. 고양시가 268.08㎢에 이르는 것을 고려한다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고양시 면적의 상당 부분을 북한산국립공원이 차지하는 것과 달리 용인시는 기본 면적도 넓고, 개발 가능한 택지도 많다.
경부선과 신분당선 라인을 중심으로 대규모 택지가 이어져 있다. 용인시는 인근의 성남, 수원, 화성 등과 동반 성장할 여지도 있다. 일자리가 풍부한 지역이 주변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교통 환경이 개선된다면 인구는 충분히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고양시와 용인시 인구는 계속 팽창하면서 우상향 곡선을 그리게 될까. 인구 규모의 변화 과정을 살펴본다면 그렇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당분간은 서울 등 다른 도시의 인구 유입 등을 토대로 인구가 늘어날 수 있겠지만, 그런 흐름이 계속될 수는 없다.
고양시와 용인시의 영원한 고민은 서울 출퇴근 직장인들의 베드타운이 아닌 자족도시로의 성장이다.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를 더 늘려서 진정한 의미의 경기도 넘버2 경쟁을 이어가는 게 두 도시의 고민이자 과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