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기자
'챗GPT'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오라클의 주가 급등에 힘입어 래리 엘리슨 회장의 자산이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엘리슨은 이날 종가 기준 순자산이 1300억달러(약 38조원)로 게이츠(1290억달러)를 제치고 세계 4위 부자에 등극했다. 3위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1500억달러)와의 격차는 200억달러로 좁혀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엘리슨 회장이 게이츠를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세계 부호 순위 5위권 안에 들어선 것도 마찬가지로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라클 주가는 116.43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AI에 대해 높아지는 시장 기대감과 기술주 동반 상승세를 타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오라클의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6% 폭등했다. 오라클 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서만 42%에 달했다.
오라클 주가 급등에 따라 보유주식의 평가이익이 늘면서 엘리슨의 순자산은 올해 거의 380억달러 늘어났지만, 게이츠는 199억달러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엘리슨의 재산은 상당수가 오라클 주식이며, 110억달러 상당의 테슬라 지분도 포함돼 있다.
블룸버그는 AI 붐으로 수혜를 입은 사람은 엘리슨만이 아니라면서 구글 창업자들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지난 5월 개발자대회 이후 둘의 재산에 180억달러를 추가했다고 전했다.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의 경우 올해 재산을 배 이상으로 불리면서 블름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세계 500대 부자 가운데 순위 상승폭이 가장 컸다.
오라클은 이날 장 마감 후 실적 발표에서 캐시카우인 클라우드의 수요가 크게 늘었으며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 회계연도(2022년 6월~2023년 5월) 4분기 클라우드 사업부 매출은 4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4% 늘었다. 이전 분기의 경우 매출 상승률이 45%에 달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오라클은 매출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는 사업환경을 고려할 때 이같은 고성장세가 비정상적으로 보인다는 반응까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오라클은 최근 부진에 빠진 클라우드 시장 선두주자인 아마존·MS와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소프트웨어와 반도체를 고객들이 자신들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제휴하기도 했다. 엄청난 컴퓨팅 성능을 요구하는 생성 AI 붐이 오라클의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회기 오라클의 전체 매출은 시장 추정치를 상회한 138억달러로 17% 늘었다. 오는 8월에 끝나는 이번 분기에는 전체 매출이 8~10% 늘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