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해진 야간 무인매장…LG전자 축소운영

10일 토요일 밤 9시30분, 서울 도산대로에 위치한 LG전자 베스트샵 강남본점에는 직원과 고객 없이 세탁기와 스타일러 등 가전제품만 조용히 돌아가고 있었다. 무인매장 운영 시간에 1층에서 5층까지 LG전자 가전으로 채워진 이 곳을 둘러보는 고객은 단 한 팀.

2021년 가전업계 최초로 무인매장 문을 연 LG전자가 올해 매장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탄력적인 점포 운영에 들어갔다. 12일 LG전자는 밤 9시부터 11시까지 사람 없이 점포 문을 여는 야간무인매장을 전국 17곳에서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강서, 강북, 강동, 강남, 서초, 금천 등 서울 5개 베스트샵 본점을 포함해 남청주, 달서, 부산, 상남, 서광주, 수원, 양산, 울산, 전주, 평촌 본점과 부평구청점 등 총 17개 매장을 야간에도 직원 없이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 열풍이 불던 2021년 5월 LG전자는 가전업계 최초로 한국에 무인매장을 오픈했다. 5월 9곳으로 시작한 무인매장 수는 빠른 입소문을 타고 고객 접점을 확대하면서 오픈 6개월만에 19곳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오픈 첫해 누적 방문객은 6000여 명에 달했다.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전국에서 운영한 무인매장 수를 29개까지 늘렸다.

하지만 올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고 엔데믹 국면을 맞이하면서 무인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급속도로 줄어든 것. 특히 무인매장 주 고객층인 20~30대 MZ세대들이 고객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 등으로 몰리면서 한때 인기몰이를 했던 무인매장은 그 빛을 잃게 됐다. 무인매장에는 가전제품에 대해 설명해주는 직원이 없어 고객이 신제품에 대한 가격·기능 정보를 즉각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점도 단점으로 작용한다.

이에따라 무인매장의 지속적인 확대를 통해 변화하는 고객 트렌드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웠던 LG전자는 무인매장 운영 방식을 '확장'에서 '탄력적 조정'으로 선회하고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에만 무인매장을 열어놓은 상태다. 이달 말 인구밀도가 높은 인천, 일산, 노원 등 3곳에 무인매장을 추가로 열더라도 상반기말 전국 운영 무인매장 수는 20곳에 그친다.

LG전자의 무인매장은 입구에 안내된 QR코드를 스캔하고 본인인증을 하면 출입문이 열려 입장이 가능한 구조다. 고객은 무인매장에서 따라붙는 직원 없이 편안하게 전시된 제품들을 살펴보고 체험해볼 수 있다. 필요한 제품 정보가 있으면 키오스크나 모바일을 통해 제공받거나 별도의 ‘상담예약'을 거쳐야 한다. 카카오톡 채널 1:1 상담 메뉴를 이용하면 간단한 문의에 대한 답변은 받아볼 수도 있다. 필요한 책자나 안내문 전달은 사람 대신 서빙봇이 대신한다.

LG전자 관계자는 "무인매장 운영을 탄력적으로 할 것”이라며 “엔데믹 시대에 매장 수가 줄기는 하겠지만, 운영비가 많이 추가되지 않는 만큼 필요한 곳에는 배치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산업IT부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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