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자금 블랙홀 되나…'예금 이탈로 은행 두세 곳 문닫을 수도'

美, 9월까지 1조 달러 국채 발행 전망
시중 유동성 흡수로 은행 예금 이탈 우려

미국이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증액하면서 1조 달러(약 1307조 원) 넘게 국채를 발행할 걸로 예상되면서 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후 예금 이탈을 겪은 은행 부문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며 유동성이 취약한 은행 일부는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계감까지 퍼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JP모건은 미 재무부가 올해 말까지 1조1000억 달러(약 1438조 원) 규모의 단기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추산했다. 여타 은행 전망을 종합하면 오는 9월까지 국채 발행 규모만 1조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시장에선 1조 달러가 넘는 대규모 국채가 금융시장에 쏟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단기 국채로 몰리고 은행권의 자금이 마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 국채가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경우,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이는 은행의 자금 고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국채 발행이 금리를 0.25~0.5%포인트 인상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TD증권의 제나디 골드버그 전략가는 "모든 사람들이 (미 국채) 홍수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이 홍수 때문에 국채 가격은 더 싸지고, 수익률은 높아질 것이다. 이는 은행에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TD증권은 이번에 미국이 발행하는 국채의 규모가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같은 위기 상황 이후 가장 클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우려가 확산되며 이미 국채 수익률은 상승하고 있다. 미 국채 1년물은 지난달초 4.871%에서 현재 5.22%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 국채 2년물은 같은 기간 4.141%에서 4.55%까지 올랐다. PGIM 픽스드 인컴의 그레고리 피터스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채 수익률은 공급 증가 전망으로 이미 상승하기 시작했다"며 "금리인상과 지역은행 파산으로 고객들이 이미 다른 고수익 대안을 찾아 떠난 상황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은행 예금 (이탈과 관련한) 압력을 가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은행들은 이미 지난 3월 파산한 SVB 사태 이후 예금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탈한 예금은 회사채와 국채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미국 투자기업협회(ICI)에 따르면 MMF 순자산은 연초 4조8000억 달러(약 6276조 원)에서 5월 5조4000억 달러(약 7060조 원)로 급증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일각에선 금융시장에 ‘폭탄급’ 미 국채 투하로 일부 취약한 은행들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버그 전략가는 "준비되지 않은 은행 두세곳이 고통을 겪는 결과를 볼 수 있다"며 "은행 시스템에 공포가 스며들고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1팀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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