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구름은 보통 밤에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지구 북반구 지역에선 밤에도 빛을 발해 하늘을 밝히는 야광운(noctilucent clouds) 현상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대기 오염의 결과로 일각에선 '지구 멸망의 전조 현상'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 나타나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의 우주기상 전문매체 '스페이스웨더닷컴'은 전날 밤 덴마크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야광운 현상이 관측됐다고 전했다. 야광운이 보통 한여름인 6월 말~7월 말 사이에 나타나는 것을 감안하면 한 달 가까이 이례적으로 빠른 시기에 관측됐다. 앞서 이미 1주일 이전인 지난달 26일 미국 해양대기국(NOAA) 소속 NOAA-21 위성이 북극권에서 야광운을 관측하기도 했다.
강도도 강해지고 관측 가능 지역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야광운의 강도는 최근 15년 새 가장 강력했다. 예전엔 북극권 일대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북미 캐나다 일대는 물론 유타주, 네브래스카주 등에서도 관측될 정도로 남하했다. 중위도 지역에선 황혼 무렵 태양이 지평선에 머무를 때쯤 관측할 수 있다.
밤하늘에서 관측되는 야광운은 옅은 푸른색, 은색, 금빛 줄무늬 등으로 이뤄져 한없이 아름답다. 일반적으로 구름이 고도 10km 정도에서 형성되지만 야광운은 성층권보다 훨씬 높은 고도 76~80km에서 만들어져 때때로 '우주 구름(Space clouds)'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구 대기권이 끝나고 외기 우주(outer space)가 시작되는 고도 약 100km보다 약간 낮은 엄청난 높이에서 생성ㆍ관측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냥 신기해하면서 아름다운 밤하늘을 구경하게 됐다고 좋아하기만은 어렵다. 야광운은 수증기가 고고도에서 발생한 먼지ㆍ입자에 달라붙어 얼음이 된 후 햇빛을 반사하는 현상이다. 대기권에 부딪혀 소멸하는 유성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 문제는 대기 오염 물질에 의해서도 생성된다는 것이다. 실제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타우 화산이 폭발한 지 2년 후인 1885년 야광운이 역사상 최초로 목격됐다. 전문가들은 화산 폭발로 발생한 화산재와 메탄가스 등이 고고도로 상승한 후 수증기가 달라붙으면서 빛을 반사해 야광운을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해양대기국(NOAA)은 자체 홈페이지에 "1885년 이전에는 관측된 적이 없다"면서 "대기권 내 메탄가스의 증가로 인한 기후 변화의 전조로 여겨지고 있다"고 명시해 놓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야광운의 출현 빈도가 잦아진 이유에 대해 뉴스페이스 시대(New Space)를 맞아 더욱 잦아진 우주 로켓 발사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스페이스X 등 민간 우주 기업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우주 로켓을 쏘고 있다. 지구 고고도에 올라간 로켓들이 방출한 배기가스ㆍ수증기가 많아지면서 야광운도 더 잦고 강력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엔 1월 15일 남태평양 통가 해저 화산이 기록적인 강도로 폭발해 막대한 양의 수증기와 화산재가 고고도에 유입됐다. 또 1년간 무려 186회의 발사 시도ㆍ180회 성공 등 역대 최다 우주 로켓 발사가 이뤄진 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