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기자
최근 광주를 방문해 5.18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사죄했던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 씨가 큰아버지 전재국(64) 씨로부터 절연 통보를 받는 등 가족들에게 외면당하는 심경에 대해 “담담하고 후련하다”고 말했다.
전우원 씨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광주를 방문한 소회와 전씨 일가의 비자금에 대한 폭로를 이어갔다.
전 씨는 5월 광주 방문에 대해 “단순히 5.18 행사에 참여한다는 느낌보다는 사망자분들과 생존자들에게 사죄한다는 마음뿐이었다. 내 행동에 대한 반응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면서 “처음 광주에 가 참배할 때 한 분이 ‘내가 죽기 전에 이런 일을 다 보네’라고 하셨는데 그 말을 잊을 수 없다. 사죄를 듣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분들께 죄송할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로부터 “너는 더 이상 내 조카도 아니고 그 무엇도 아니니 찾아오지도, 전화하지도 말아라. 약도 끊고 정상적으로 제대로 잘 살라”는 문자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큰아버지가) 가족으로서 불쾌했을 것이다. 그냥 담담히 받아들인다. 오히려 후련하다. 가족들이 태연히 살아가는 모습에는 진실이 없다”는 심경을 남겼다.
전씨 일가의 비자금에 대한 폭로도 이어졌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세무사 통해 내역을 받아보니 지금까지 내 이름으로 7개 회사가 있었다”면서 “사업 목적이 부동산 매매·분양, 기업 인수 합병 등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또한 많은 비자금이 무기명 채권 형태로 남아 있었다. 법의 감시를 피해 투명성 없이 자금을 운용해온 것이다. 저와 같은 가족 명의를 이용해 그동안 비자금을 숨겨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자금 규모에 대해서는 “짐작이 안 될 정도”라면서 “할머니에, 손주들까지 있다. 제 경우 어머니가 이혼했음에도 저를 통해 비자금이 숨겨졌는데 다른 손주들은 어땠겠나? 2, 3세뿐만 아니라 처가 등 연관된 분들을 모두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또 “나도 학원비를 지원받는 등 금전적 혜택을 받았지만, 병원에 여러 번 실려 가 죽을 고비를 넘겼을 때 괜찮냐는 문자 한번 없었다. 가족애를 전혀 못 느꼈다”고 했다.
끝으로 “손자로서 가족의 죄를 인정하고 사죄하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가족 관련 비자금 의혹이 재조명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을 생각이다. 더불어 제 삶도 똑바로 살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