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 '서울 어디서든 5분 거리에서 녹지공간 만날 것'(종합)

24일 '정원도시, 서울' 구상 발표
용산공원·송현부지 등 정원으로 바꿔
서울초록길 확대, 둘레길 세분화

용산공원과 송현동 부지가 도심 속 정원으로 거듭난다.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한 상부에는 공원이 생긴다. 서울 둘레길은 쉽고, 짧은 코스로 정비되고 서울광장에는 소나무 그늘숲이 조성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서울시청에서 '정원 도시 서울' 추진계획 기자설명회를 갖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오세훈 서울시장은 24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빽빽한 도심 속 회색 구조물을 지우고 365일 서울 어디서든 정원을 만날 수 있도록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앞서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서울링’ 등이 해외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견인하기 위한 계획이었다면, 이번 구상은 시민 일상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다.

서울시는 그간 녹색도시로의 전환을 위해 보라매 공원을 재정비하고 노을공원, 복서울꿈의 숲 조성 등에 나섰다. 이를 통해 서울 공원면적은 2009년 168.16㎢에서 지난해 172.68㎢로 증가했다. 특히 훼손지 복원 등으로 조성된 생활권도시림이 2009년 31.1㎢에서 2021년 47.3㎢로 늘었다. 서울의 공원율(작년 기준 28.53%)과 1인당 도시공원면적(17.74㎡)도 확대됐다.

그러나 국립공원 등 외곽산림을 제외한 '도보 생활권공원' 면적은 1인당 5.65㎡에 불과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원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오 시장은 "자연 속 쉴 곳이 부족하니 서울시민은 주말이면 꽉 막힌 도로를 뚫고 서울을 벗어나야 한다"면서 "교통비와 적잖은 비용 때문에 여가생활을 즐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시는 도심 속 회색 구조물을 비우고(비움), 단절된 녹지를 연결하고(연결),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공원을 만들고(생태), 감성 있는 문화시설을 조성하는(감성) 등 네 가지 전략에 기반해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실현할 계획이다.

우선 송현동 문화공원 부지는 많은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정원으로 조성한다. 오 시장은 수많은 개발 요구에도 이건희 미술관 외 다른 어떤 시설물도 들일 수 없다는 원칙을 이어가기로 했다. 용산공원은 다양한 나라의 대표 정원을 선보이는 세계정원으로 바뀐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직접 가꾸고 참여하는 정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유휴부지이던 마곡3지구 문화시설부지는 서울식물원 조경과 연계해 계절별 화초류를 심고 시민 휴식정원으로 탈바꿈시킨다. 국회대로, 영동대로, 경부고속도로 입체화구간 등 기존 도로를 지하화한 상부 공간은 건축물로 채우지 않고 공원과 정원으로 거듭난다.

오 시장은 "직원 아이디어로 프랑스 그린폴 골목정원처럼 나무를 심기 어려운 좁은 골목에 덩굴장미 같은 등반식물을 가꾸는 '그린폴'을 설치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며 "동네 골목길이 아름답게 잘 관리된다면 쓰레기 무단투기나 각종 범죄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부분적으로 흩어진 휴식공간을 이어 집 가까이부터 멀리 외곽 산까지 끊김없는 녹색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선 서울 전역의 단절된 녹지를 연결하는 서울초록길 사업이 2026년까지 2063km로 완성된다. 기존에 8개 코스로 한 구간이 너무 길어 접근이 어렵던 서울둘레길은 21개 코스로 나눠 짧고 다양하게 바뀐다.

그늘이 없어 시민들이 오래 머물기 어려웠던 서울광장은 소나무를 심어 그늘숲으로 조성한다. 덕수궁길 한쪽 보도에 잔디길과 조경·휴식시설을 만드는 '그린웨이 사업'도 추진한다.

옥상, 벽면, 고가 하부, 지하 실내에도 공간의 특성에 맞게 크고 작은 입체정원을 만든다. 삭막한 지하역사 공간 등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아래숲길'을 2026년까지 3곳 조성하고 민간 옥상정원 조성·개방 사업지는 연내 12개소에서 2026년까지 48개소로 확충한다.

오 시장은 "파란 하늘 보기가 쉽지 않은 빌딩숲에는 민간개발 사업에 용적률과 높이 인센티브를 높여주는 방식으로 건물 키를 높이고 개방형 녹지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도심 속 공중정원인 미야시타공원과 메구로하늘공원을 소개하면서 "도시환경이 서울과 유사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시범사업 대상지를 찾고 있다. 규모가 큰 옥상에는 수준 높은 정원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또 세운상가 녹지공원 조성 사업을 언급하며 "건물을 더 높이 지을 수 있게 하면서 창경궁과 종묘 앞에 50∼70m 폭의 녹지가 연결되면 문화재가 더 돋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앞서 문화재청장에게 문화재 인근이라도 필요에 따라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이외에도 남산 야외식물원 주변에 숲박물관을 세우고, 훼손지 식생을 복원하고 계절별 꽃을 심을 계획이다. 아울러 한강공원 내 꽃길, 꽃밭을 조성해 자연체험공간을 만드는 ‘물의정원’ 사업을 불광천, 목동천 등 4개소에서 시범 조성한다. 일주일간 진행되던 서울정원박람회는 올해부터 두 달간 하늘공원에서 열리고, 내년에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뚝섬 한강공원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6개월간 진행된다.

오 시장은 "공원녹지가 도시계획에 우선하는 '녹색 우선 도시'를 선언한다"며 "2026년까지 약 6800억원을 투입해 수천만 송이의 꽃과 수백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시민 누구나 사는 곳의 5분 거리에서 녹지공간을 만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건설부동산부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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